[한명숙, 서울시장 불출마] 손-박, 기다렸다는 듯 회동… 野 통합후보 선출 가속도

입력 2011-09-13 16:02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적의 시장 후보를 내세우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안풍(安風)에 강타당하고, ‘박근혜 대세론’의 흔들림을 느낀 여야는 총력전 태세다. 민주당은 유력 출마 후보였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손학규 대표가 박원순 변호사와 전격 회동했다. 한나라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 작업이 속도를 냄에 따라 대항마 찾기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1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오전 10시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1시간 뒤 손학규 대표와 박원순 변호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전격 회동해 “반드시 야권 단일 후보를 내자”고 입을 맞추는 등 야권통합 후보 선출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 주변에서는 한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과 손-박 회동을 두고 “결국 박 변호사가 야권의 통합 후보가 되는 수순으로 차곡차곡 일이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손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에서 가진 회동에서 박 변호사에게 우회적으로 민주당 입당 의사를 타진했다. 손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 통합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시금석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의 출발점”이라며 “민주당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박 변호사의 입당을 권유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라든가 새로운 정부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가 너무나 크다”며 “특히 나는 야권과 시민사회 통합 후보로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길로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야권 주변에서는 손-박 회동이 추후 박 변호사의 민주당 입당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손 대표도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박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정치에서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으며 결국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야 이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변호사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일인 오는 25일 전에 입당해 천정배 최고위원, 박영선 정책위의장, 원혜영 의원 등 당내 주자들과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민주당 자체 후보가 정해지면 나중에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박 변호사 본인부터 당장에는 안 들어오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25일 전에 입당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하지만 만약 박 변호사가 야권의 통합 후보가 된다면 민주당 입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대독한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당 안팎의 많은 분들과 상의하고 여러 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저는 앞으로 민주당의 혁신, 야권과 시민사회의 통합 그리고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근은 “이번 보궐선거는 야권에 자신이 아니더라도 좋은 후보가 많고 지난 지방선거보다는 여건이 좋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10월 초 예정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 선고에 부담을 느꼈고, 또 굳이 시장 후보가 아니어도 추후 총선과 대선을 관리할 차기 당 대표 등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불출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로 꼽고 있다.

손병호 김원철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