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서울시장 불출마] 한나라당, 절차·후보군 주말께 가시화… 아직은 나경원

입력 2011-09-13 16:02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적의 시장 후보를 내세우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안풍(安風)에 강타당하고, ‘박근혜 대세론’의 흔들림을 느낀 여야는 총력전 태세다. 민주당은 유력 출마 후보였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손학규 대표가 박원순 변호사와 전격 회동했다. 한나라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 작업이 속도를 냄에 따라 대항마 찾기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내부 경선론과 외부인사 영입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번 주말에 후보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변인은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주 중으로 후보 선출 절차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며 현재 당내·외 유력한 예비후보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재보선기획단이 15일 후보 선출 절차를 논의한 뒤 지도부와 협의하면서 17일쯤 후보군이 가시화된다는 설명이다.

일단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가 불출마 결정을 내리면서 내부 경선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유일한 여성 후보로 출마할 경우 여성 유권자의 표를 대폭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보수 정체성 강화를 강조해 온 나 최고위원이 진보적 색채가 강한 박원순 변호사의 강력한 ‘대항마’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고위 당직자는 “나 최고위원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나 최고위원을 향한 당내 지지가 미지근하다는 점이다. ‘안풍’에 올라탄 박 변호사를 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꾸준히 제기되자, 나 최고위원도 선뜻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하나가 돼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면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당내에선 서울 강동구청장을 지낸 재선의 김충환 의원이 유일하게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며,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초선의 권영진 의원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선 기업인 출신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야권의 비정치인 대 여권의 정치인 구도로 선거 국면이 접어들면 불리해진다”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같은 사회적 공헌도가 높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나서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이름이 나온다. 김 대변인은 “기업인도 포함해서 당 외부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황식 차출론’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 있다. 당사자인 김 총리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부인했지만, 핵심 당직자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일을 해본 사람’을 강조한 점도 여기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다만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 총리는 총리직을 맡을 때도 정치적 영역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던 사람”이라며 “당내 차출론은 희망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 호남 출신의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정운찬 전 총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