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산하기관 자체 감사… 카드사 돈으로 공짜여행·직원들은 행사상품 꿀꺽

입력 2011-09-13 18:05


‘카드사 돈으로 외유 가고, 행사상품 나눠 갖고, 면접도 안 보고 직원 뽑고….’

공공기관들에 방만 경영과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13일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산하기관 감사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실태를 공개했다.

◇공짜 해외여행에 출장비는 공금으로=한국관광공사 회계팀은 신종플루가 창궐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직원 1∼3명을 필리핀·태국·호주 등지로 해외 출장을 보냈다. 항공료 식비 숙박비 등 경비 일체는 주거래 카드사로부터 지원 받았다. 4박5일에서 6박7일에 이르는 일정에는 카드사의 상품 소개가 반나절 포함돼 있었고 나머지는 관광이었다. 그런데 공사 측은 이들의 해외출장을 공무 국외출장 처리했으며, 일비와 준비금 명목의 출장비를 1인당 최대 510달러씩 따로 지급했다.

같은 기간 면세사업단과 인천공항면세점도 카드사 지원으로 소속 직원 1∼5명을 우즈베키스탄과 필리핀 팔라우, 태국 푸껫 등 유명 관광지로 해외출장을 보냈으며, 역시나 주요 일정은 관광이었다. 해당 직원들은 1인당 175∼610달러의 출장비를 챙겼다. 이들은 출장 뒤 공무 국외여행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카드사가 항공료와 여행경비를 부담하는 이들 공기업의 외유성 여행은 15년도 더 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대회상품은 주최한 직원들이 챙기기도=국민생활체육회는 지난해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제1회 제주국제자전거챌린지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는 회원단체인 자전거연합회가 주관했고, 행사비용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2억원으로 충당했다. 종목별 1∼3위로 입상한 선수와 단체에 지급할 상금은 총 5000만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참가 인원이 예상의 절반 수준인 1150명에 그쳤고, 상금도 2830만원만 집행됐다. 연합회는 반납해야 할 2170만원을 꿀꺽 삼켰다. 예정에도 없던 4∼6위 입상자 지급용 상품 명목으로 옥돔세트 등 선물 211개(1836만원)를 구입해 91개(803만원어치)를 체육회 임원과 자전거연합회 관계자들에게 돌렸다.

이 대회를 국제대회로 치르겠다고 했지만 단 1명의 외국인만 참가신청을 하자 부랴부랴 우리나라에 유학 온 외국인 30명을 동원했다. 이들에겐 항공료(478만원) 숙박비(380만원) 선물(272만원)이 지급됐다. 대회 자원봉사자 21명에게는 210만원이 수당 명목으로 중복 지급됐다.

◇면접도 없이 정규직 채용=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지난해 3월 홍보팀을 문화사업팀으로 변경한 후 업무가 늘었다며 정규직 1명을 특별채용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부서 명칭만 바뀌었을 뿐 업무 내용은 전혀 바뀐 게 없었다. 채용된 직원은 서류전형 면접시험 등 정식 채용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물론 관련 기관에 추천 요청도 하지 않았으며 오직 인사위원회 심의와 사장 결재만으로 특별채용이 결정됐다.

이 재단은 또 지난해 12월 예년에 비해 특별한 성과가 없던 사무국 총괄자 및 지원부서 직원 30명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683만원을 지급했다.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한 부서 또는 개인이라는 인센티브 지급 규정을 어긴 것이다. 재단은 지급 근거도 없이 대학원 국가정책과정에 등록한 한 임원에게 교육비 1110만원을 주기도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