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성난 民聲을 들어라

입력 2011-09-13 22:09

추석 연휴 4일간 귀성·귀경으로 이어진 민족 대이동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온 나라 각 곳에서 언론과 정치권을 통해 전해지는 ‘추석민심’을 정리해보면 천하가 태평하여 즐기는 함포고복(含哺鼓腹)의 모습이 아니었다. 발을 구르며 기쁨으로 부르는 격양가(擊壤歌)도 들리지 않았다. 서민들의 불만과 탄식의 한숨 소리만이 방방곡곡 경향 각지에 진동했다.

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고물가, 불경기로 인한 팍팍한 생활, 실업대란, 전세대란이었다. 추석인사를 하러 다니던 정치인들이 시장상인들에게 “장사가 잘 되시냐”고 물어보면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느냐? 보면 모르냐?”는 질책을 들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남도의 섬, 어느 곳 할 것 없이 폭등한 물가와 꺼져버린 경기에 대한 서민과 시장상인들의 탄식과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감당할 수 없이 올라버린 전셋값으로 집을 구할 수 없는 전세대란도 불만의 큰 요소였다.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전세 대란이 이토록 심각한 줄 몰랐다”고 고백을 할 정도다. 집을 장만하지 못한 30∼40대들은 전세 대란을 겪으며 현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 카드를 내 보였다. 심각한 청년실업 또한 민심에 불만을 더하게 했다.

현 집권 세력에 대한 불만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제1 야당 민주당도 역시 신뢰할 정치세력이 못 된다는 것이 민심의 현주소였다.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 중 누가 이기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당장 힘든 민생을 책임지라는 것이 민초들의 주문이었다. 그럼에도 기성 정치권은 이같이 성난 민심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고 있다.

‘민심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다. 유권자들이 정치경험이 전무한 안철수씨에게 왜 그토록 열광하는지 알아야 한다. 기존 정치권의 퇴로는 없다. 추석 민성을 듣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기성 정치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철저히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