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국가 부탄에 ‘종교자유의 봄’ 오나

입력 2011-09-13 17:25

불교의 나라인 부탄에서 왕정 통치가 막을 내리면서 라디오방송 등 크리스천 미디어가 기독교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문상철 원장)은 13일 “부탄 공식어인 종카(Dzongkha)어로 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일주일에 세 번 15분씩 방송되고 있다”면서 “주로 부탄 내 기독교인을 격려하는 내용이지만 최근엔 타 종교인들도 큰 관심을 갖고 방송을 청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CCC의 ‘예수영화’도 부탄 내 5개 언어로 제작돼 상영되고 있다.

부탄은 불교 외에 모든 종교를 제한하는 국가다. 교회당은 물론 모스크나 힌두사원, 유대회당이 없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곳이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종교박해 지수에도 14위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부탄은 타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부탄의 헌법은 불교를 국가의 영적 유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랬던 부탄에서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100년간의 왕정 통치가 종식된 이후부터다. 민주주의가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종교자유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세계기도정보(2010)에 따르면 부탄의 인구 70만명 중 52만명(75%)이 불교도, 15만명(22%)이 힌두교도다. 이어 기독교인 1만4000명(2%), 무슬림 3500명(0.5%), 기타 3000여명(0.4%) 순이다.

문상철 원장은 “지난 2008년 의회민주주의 도입으로 종교자유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교회는 여전히 불법 단체로 규정돼 있지만 크리스천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환경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탄 기독교인들은 비밀리에 가정에서 모이고 있다. 종교 박해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단체인 컴파스디렉트는 부탄 정부가 이르면 올해 말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 원장은 “부탄 정부는 가정 교회 존재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를 간섭하거나 단속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부탄 기독교인들에게 희망이자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선교단체들은 아직 직접 전도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신중론을 펴고 있다. 선교단체들은 그동안 부탄과 인접한 인도 국경 지대 등에서 부탄 유학생 사역을 펼치거나 NGO 사역을 통해 간접 선교 활동을 해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