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도움에 감사” “선교 동반자로 협력”… 이영훈 NCCK 회장-고시이시 이사무 NCCJ 의장 대담
입력 2011-09-13 17:20
일본기독교협의회(NCCJ)가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대책위원회를 꾸린 것은 한국교회의 영향이 컸다. 한국교회 일본재해공동대책협의회(상임의장 이영훈 목사)가 일본 구호의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고 NCCJ가 이 제안을 수용하면서 전담기구가 조직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영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과 고시이시 이사무 NCCJ 의장을 일본 신주쿠 일본기독교회관에서 만나 복구 대책과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고시이시 의장은 릿쿄대학 기독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성공회 사제로 도쿄 인근 북관동 교구에 속한 사이다마 시키성모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2005년부터 NCCJ 의장을 맡아 일본교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NCCJ에는 일본기독교단, 일본성공회, 일본복음루터교, 재일대한기독교회, 일본침례교연맹, 일본침례교동맹, YMCA, 일본성서협회 등이 소속돼 있다.
-지난 3월 11일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6개월이 됐다. 일본의 분위기는 어떤가.
△고시이시 목사=NCCJ는 그동안 줄기차게 원자력 발전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넘어갔다. 이번 사고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신감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쌀이나 고기, 채소 등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발전만 추구했지 인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적었던 것이다. 사고 이후 정확한 정보를 내보내지 않았던 정부에 대한 신뢰, 권위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돕기에 나섰던 대다수 한국인은 독도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문제로 당황스러워한다.
△고시이시 목사=그것은 일본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다. 극히 한정된 사람들의 외침일 뿐이다. 일부 우익 인사들의 주장이 너무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NCCJ 안에는 크리스천으로서 진실한 마음으로 반성과 회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 양국 교회는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과 미래를 향한 협력이 축적돼 왔다.
△이 목사=이제 양국 교회는 과거의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성과 함께 미래를 향해 선교적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복음화율 0.1% 미만으로 아시아권에서 가장 복음화되지 못한 신앙의 불모지인 일본에 큰 부흥이 일어나도록 양국 교회가 협력해야 한다.
-대지진 이후 NCCK와 NCCJ는 어떻게 대응해 왔으며,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이 목사=각 교단뿐만 아니라 NCCK, 한국교회희망봉사단 등 초교파적으로 하나 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는 원전 사고 대책을 협력해 나갈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지구를 성경적 원칙에 따라 보호하고 잘 가꿔야 한다. 기독교인의 관심은 인간의 구원뿐만 아니라 생태계까지 확대돼야 한다.
△고시이시 목사=지진 직후 교통과 통신이 두절됐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교단별로 활동을 하다가 NCCK 중심의 공동대책협의회가 내민 도움의 손길이 우리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한국교회의 제안에 따라 지난 5월 JEDRO(NCCJ Ecumenical Disaster Response Office)가 설치됐으며, 미국 감리교 재해대책본부, 독일복음연맹 재해대책본부, 캐나다연합교회 등의 지원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1억엔(13억8800여만원) 정도가 모금됐다. 앞으로 센다이지역에 이재민을 위한 수용시설과 상담 의료 복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피해 생존자들의 적절한 보상과 생활 회복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한국교회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고시이시 목사=성경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명령하고 있다. 이 말씀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우선 기도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현장에서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를 잘 수렴해 재정과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했으면 좋겠다. 이번 원전사고에서 볼 수 있듯 원자력은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다. 탈(脫)원전운동에 참여해 달라.
△이 목사=한국 기독교 역사를 살펴보면 초기 선교사들은 일본을 거쳐 들어왔다. 일본에서 예수를 믿은 이수정과 같은 유학생이 성경번역에 참여했고 언더우드가 그 성경을 갖고 들어왔다. 한국에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교회가 부흥하지 못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교회 입장에서 더욱 기도할 수밖에 없다. 양국은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파트너, 세계 선교의 동반자로서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말씀 중심의 신앙운동, 기도운동, 활발한 성령운동 등 풍성한 영적자원을 일본교회와 함께 공유해야 한다.
도쿄=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