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하늘이 저녁을 주는 이유
입력 2011-09-13 17:24
지금쯤이면 나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봄부터 저녁 개울가에서 만나는 왜가리 부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먼저 와 있었습니다. 부부는 함께 깃털을 다듬고 물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살핍니다. 흐르는 개울물에 모든 상념을 띄워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면 돌아가기 전에 모든 것을 씻어야 둥지가 깨끗해질 수 있나 봅니다.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흐르는 물에 실어 보내는 삶의 지혜를 하늘에서 배웠나 봅니다.
하얀 날개를 펴고 둥지를 향해 함께 날아오릅니다. 하늘은 어두워져 가지만 흐르는 개울가에서 모든 것을 씻고 함께 날아오르는 저들의 날개는 하얀 빛을 발합니다.
하늘이 저녁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집으로 돌아가기 전 개울에 잠시 우리의 마음을 씻고 영혼을 비추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마음을 씻고 만날 때 함께 천국을 이루어 가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배성식 목사(용인 수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