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프로야구 600만 관중 시대… 증가·감소 롤러코스터 거듭

입력 2011-09-13 20:56


프로야구가 출범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4개 구장에 총 6만1264명이 입장, 올 시즌 466경기 만에 605만7542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한 시즌 600만 관중은 한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처음이다. 프로축구 역대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은 2008년 294만5400명으로 프로야구의 절반에 불과하다. 프로농구도 122만8855명(2008∼2009시즌)으로 프로야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관중에 울고 웃고=1982년 원년 6개 구단으로 출발한 프로야구는 240경기에서 143만8768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경기당 평균 5995명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흥행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웠다. 흥행에 고무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듬해 관중 동원 목표를 200만∼220만 명으로 늘려 잡고 경기 수도 구단별 100경기씩 모두 300경기를 치르도록 했다. 관중들은 늘어난 경기수보다 큰 폭으로 증가, 경기당 7520명이 야구장을 찾아 총 관중 225만6121명으로 원년의 흥행 몰이를 이어갔다.

하지만 LA 올림픽이 있었던 해인 1984년부터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 경기당 관중 수는 5000명대를 기록하며 다소 주춤했다. 1985년 330경기, 1986년 378경기로 경기 수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1983년 관중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420경기로 경기 수가 증가한 1989년이 돼서야 관중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약적으로 증가한 관중 수는 1990년 300만 명 돌파에 이어 1993년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LG, OB, 롯데 등 인기구단의 성적이 좋았던 1995년에는 마침내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새로운 중흥의 전기를 마련하는 듯했지만 다시 침체기가 찾아왔다.

박찬호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한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 저하와 IMF 구제금융 사태, 2002년 한·일 월드컵 등이 겹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프로야구는 암흑기를 보내게 된다. 2004년에는 프로야구 30년 동안 가장 적은 경기당 4383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 프로야구에 대한 위기론이 팽배했다.

프로야구 관중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확인하면서부터다. 2006년 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으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7년 400만 명을 다시 넘어선 데 이어 2008년에는 1995년 수준을 회복했고 2009년, 2010년에는 600만 관중에 근접했다.

◇1000만 관중 시대를 꿈꾼다=6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시즌 개막 전 목표인 663만 명을 넘어 700만 관중에 근접하게 된다. 제 9구단 ‘NC 다이노스’가 창단한 데 이어 제 10구단 창단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어 관중 수 증가의 새로운 전기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600만 관중 시대를 넘어 1000만 관중 시대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KBO는 시즌 개막 전 ‘1000만 관중 시대 예측 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8구단 체제와 인프라에서는 전 구단이 100%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해야 1000만 관중 돌파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10구단 체제에서 현재와 같은 인프라를 가정할 경우에는 좌석 점유율이 70% 이상이면 1000만 관중 달성이 가능하다. 그리고 10구단 체제이면서 전 구장 수용 규모가 2만5000명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에는 좌석점유율이 55.18%를 넘으면 1000만 관중 달성이 가능하다.

프로야구는 2008년 이후 좌석 점유율이 50%를 넘으며 안정적인 좌석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최다 관중이 몰린 지난해에는 56.43%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좌석 점유율(69.02%)과 일본 프로야구 좌석 점유율(69.82%)을 감안할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관중 증가 여지가 그만큼 큰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꾸준한 인프라 구축과 구단별 적극적인 마케팅이 선행돼야 한다. 대구, 광주, 대전의 경우 광역시임에도 관중 수용 규모가 2만 명을 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설 역시 낙후돼있다. 관중 증가세에 맞춰 시설 확충과 구단별 노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겨우 맞이한 600만 관중 시대가 뒷걸음질 칠 가능성도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