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한 외국인, 당신을 존중합니다… 5대째 이땅과 인연 변호사 44년간 장애인 봉사 수녀 등

입력 2011-09-09 17:24


고조부(高祖父)부터 5대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미국인 변호사 데이비드 린튼(40)씨를 비롯해 12개국 출신 외국인 16명이 ‘2011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9일 선정됐다.

‘한국인보다 한국말 더 잘하는 변호사’로 불리는 린튼씨가 한국과 맺은 인연의 뿌리는 깊다. 린튼씨의 고조부 유진 벨씨는 1895년 기독교 선교를 위해 한국에 왔다. 증조부인 윌리엄 린튼씨는 한국에서 50여년간 의료·교육·선교 활동을 했다. 삼촌인 ‘인요한’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는 존 린튼씨는 현재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 다른 삼촌인 스티브 린튼씨는 북한 주민에게 결핵약을 보급하는 유진벨재단 회장이다.

한국에서 국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린튼씨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당시에는 서울을 알리는 홍보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린튼씨는 “조상들이 한국과 관계가 있다 보니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며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그는 “대학교 때 한국에 와서 한국인 친구들과 친해진 게 계기가 돼 한국말과 문화를 배웠고 일자리도 갖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한국에서 의미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어 실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학습 방식이 달랐다”며 “외국인 친구 안 만나고 한국에서 자취하면서 한국인들하고만 어울리니까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마리아 메흐틸드 하르트만(73) 수녀는 1967년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후 44년간 국내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의료·장애인 봉사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독일 출신인 하르트만씨는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자동차를 직접 몰고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 연고(의약품)를 주는 일을 놓지 않는다. 앞으로도 어린 수녀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달 2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서울명예시민증을 받는다. 올해 명예시민이 되는 16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된 외국인은 91개국 출신 666명이다. 명예시민으로 선정되면 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며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대공원 등 시설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