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계 ‘마잉주 쇼크’… 위키리크스, 전문 공개 파장
입력 2011-09-09 21:11
폭로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일련의 미국 외교전문들이 내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대만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전한 논쟁거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1992년 중국과 대만 사이에 이뤄졌던 ‘1992 컨센서스(九二共識)’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이 미국과 안보를 해치는 ‘나쁜 거래’를 했다는 내용이다.
‘1992 컨센서스’와 관련된 전문은 대만정책 실무사령탑인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왕이(王毅) 주임이 2008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한 모임에서 클라크 란트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를 만나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고 있다. 즉 1992년 합의는 중국과 대만이 근본적으로 단지 하나의 중국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서로 인정했다는 것.
이에 대해 마 총통이나 다른 대만 고위관리들은 당시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해석을 서로 달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또 다른 전문들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China’를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대만은 ‘중화민국’으로 각각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대만 민진당은 마 총통에게 “대만을 중국에 팔아먹었다”며 공격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1992년 당시 마 총통은 ‘행정원 대륙위원회’ 상무부주임을 맡고 있었다.
또 다른 내용은 마 총통이 2009년 6월 26일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대만연구소(American Institute in Taiwan)의 스티븐 영 대표를 만나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중지한다면 중국이 대만을 향하고 있는 1000여기의 미사일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의했다는 것이다. 마 총통은 이러한 발언을 하면서 “비록 대만을 위해서는 ‘나쁜 거래’가 될지도 모르지만”이라고 덧붙였다고 외교전문은 밝혔다. 이 밖에 중국은 인기가 추락하고 있는 마 총통을 돕기 위해 대만에 더 많은 경협을 제공했다고 왕 주임이 말했다는 내용도 있다.
왕 주임은 마 총통은 무능하고 총리격인 행정원장 우둔이(吳敦義)는 부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 중에는 민진당 내부 거물들이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에 대해 “자격이 없고 리더가 되기에는 무능하다”고 비판한 부분도 나온다. 더욱이 국민당과 민진당 내부 인물 간 호불호 등 암투도 언급돼 있다.
이처럼 위키리크스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오자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전문에 나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