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대책 虛와實] “기업·노동시장 현실 도외시한 조치” 경총 등 재계 강력 반발
입력 2011-09-09 17:09
재계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마련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기업과 노동시장 현실을 도외시한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9일 성명을 내고 “이번 대책은 비정규직을 ‘없어져야 할 일자리’로 보는 편견과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며 “기업 단위의 비정규직 활용 현황을 공개하는 고용형태 공시 제도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평성을 잃은 제도”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또 “사내 하도급 업체 근로자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원청 기업이 직접 책임지라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불법 파견자의 직접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양극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과도한 임금 인상”이라면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번 대책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오히려 비정규직 일자리가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전경련은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정규직의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을 쓰는데 기업이 비정규직마저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놓으면 그 피해는 오히려 비정규직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종남 조사2본부장은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원청 기업의 책임 영역으로 하고 불법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토록 의무화한 것은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라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차별요인 사전 발굴·시정,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 개선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강제조치는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특히 최근 주40시간제, 퇴직급여 등 각종 노동 관련법이 중소기업에 확대 적용되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경영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차별시정 조치와 불법 파견 시 정규직 전환 등은 대기업에 우선 시행한 뒤 중소기업에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