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해정치 당원 모독” vs 원희룡 “洪대표 사과해야”… 한나라 ‘安風’ 놓고 연일 티격태격

입력 2011-09-09 15:24

한나라당이 ‘안철수 바람’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풍(安風)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홍준표 대표와 원희룡 최고위원은 연 이틀 설전을 벌였다.

홍 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당이 외부 요인으로 어수선한데 이 탓을 자꾸 자해하는 방식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며 “자해하는 것은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과 국회의원, 당원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원 최고위원이 전날 안풍에 대한 당내 반응을 ‘소인배 정치’라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원 최고위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심의 흐름을 지적하고 자기반성하자는 얘기를 자해정치라고 하느냐”며 “홍 대표부터 뼈아픈 반성을 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도부가) 재보선 유·불리 등만 따지고 일방적인 희망사항을 내세워 한 치 앞도 읽지 못하고 있다”며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해법을 찾을지 진지하게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친박근혜계는 안풍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한구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친노좌파에게 이용당한 듯한 생각이 든다”며 “박원순 변호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연대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옛날 노무현 정치세력이 또 한번 국민 홀리는 작전을 하는구나’하는 의심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홍사덕 의원도 “안 원장이 한나라당에 들어오는 건 상상할 만하지만 야당의 대권 후보가 되는 것은 초식 동물 머리를 육식 동물 몸에 이식하는 것 같아 성립이 안 된다”고 했다.

안풍은 저축은행 부실, 한진중공업 사태 등으로 동요하던 부산·경남(PK) 민심도 강타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PK지역에서 안 원장 지지율이 박 전 대표보다 더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안 원장은 물론 문 이사장, 박 변호사까지 이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다음달 26일 치러지는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가 부산 민심을 확인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내년 PK 공천 지형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앞으로 당이 잘하면 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부산지역 이진복 의원은 “우리 당 지지층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현장을 다녀보니 민심이 우리를 떠났다기보다는 당이 좀 더 잘하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