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해 본 사람' 발언 김 총리 염두 둔 건 아니다”

입력 2011-09-09 15:24

“서울시장은 일을 해본 사람이 하는 게 좋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다음 달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8일 KBS 1TV ‘추석맞이 특별기획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서울시장을 해보니까 정치와 관련이 별로 없다”며 “시장은 정말 일하는 자리다. 여러 가지 변화 욕구도 있지만 시장은 시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물이 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일을 해본 사람’은 행정 경험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을 해보진 않았지만 기업을 경영하고 서울시장이 됐다. 그가 말하는 ‘일’이란 공적인 영역이든 사적인 영역이든 조직을 통솔해 성과를 내본 경험을 뜻한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민주당에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견제했다는 반응을, 한나라당에선 당내 인사보다 외부 인사 영입을 요구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일을 해본 사람’ 얘기는 이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수없이 반복해 들었던 말”이라며 특정인을 염두에 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행정 경험자’로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가장 거물급이지만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근거도 없고 유효하지도 않은 말이 자꾸 흘러다닌다. 김 총리가 선거에 나갈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도 “국민은 행정 책임자가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율 선두 주자인 나경원 의원의 행정 경험 부족을 지적했다는 분석에도 청와대 측은 “확대해석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오히려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올 것이 왔다’고 한 발언이 현 정치권을 향한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이런 식으로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면 대통령 자리에 대한 국민의 존중이 훼손될 것”이라며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