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당리당략에 발목잡힌 국회… 여야, 양승태·조용환 선출안 표결 순서 이견 ‘무산’

입력 2011-09-09 17:01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 처리가 9일 불발됐다. 여야가 8월 국회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비공개 부결’시킨 데 이어 정기국회에서도 당리당략을 앞세워 국가적으로 중대한 안건마저 무산시키자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어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 후보자를 비롯한 선출안 7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전날 여야는 8건을 일괄 상정해 한꺼번에 표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박희태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앞두고 대법원장 예우 차원에서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별도로 분리해 처리하자고 여야에 제안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먼저 처리하고, 조 후보자 선출안의 경우 의원들이 자율 투표키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따로 처리하려는 것은 자신들이 추천한 조 후보자 선출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속셈이라고 판단해 즉각 의총을 열고 본회의를 거부키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의총에서 조 후보자의 안보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당론 없이 자율 투표할 경우 부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 협상에서 민주당은 조 후보자 선출안을 먼저 표결에 부친 뒤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거부하고, 역으로 민주당에 헌법재판관 교체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간 극명한 입장차로 본회의는 개의하지 못한 채 파행을 빚었고, 오전 10시부터 본회의장을 지키던 의원들은 하나둘씩 추석 귀성길에 올랐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