郭 "실무자 독단적 충정 의한 해프닝… 매수 없었다"

입력 2011-09-09 20:52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구속 여부를 가릴 영장실질심사가 9일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렸다. 김환수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를 맡았다. 검찰과 곽 교육감 측은 명운을 걸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곽 교육감 측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곽 교육감, “두려울 게 없다”=곽 교육감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오전 11시58분쯤 교육청을 나서면서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 이미 밝혔다. 두려울 게 없다”며 “이 세상에 선의가 있다는 것을 믿어주신 많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특히 성경 요한복음 8장 32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구절을 인용해 “진실이 저를 자유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오전 9시20분쯤 예정에 없던 실국장, 과장 회의를 소집해 “영장이 발부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흔들리지 말고 맡은 업무를 잘해 달라. 1년간 함께 근무했으니 내 성품을 잘 알지 않나. 믿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교육감은 오후 1시45분쯤 법원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교육청 관계자들과 악수하며 희미한 미소도 보였다. 잠시 포토라인에 서기는 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법정으로 향했다.

김칠준 변호사,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등 변호인 5명이 동행했다. 검찰에서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소속 검사 3명이 나왔다. 곽 교육감이 검찰에 소환될 때와 같은 진보·보수 단체 회원 사이에 마찰은 없었다.

◇사활 건 공방=구속 전 심사인 만큼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은 곽 교육감에게 적용된 혐의의 중대성을 부각시키는 데 전력했다. 부정한 금품을 동원해 선거 관계인을 매수, 민의를 왜곡시키는 행위는 선거범죄 중에서도 가장 죄질이 나쁜 유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곽 교육감이 박명기(구속) 서울교대 교수가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이면합의 이행을 계속 요구하자 2억원을 건넨 만큼 대가성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증거 인멸 우려 역시 높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 중 자신이 마련했다는 1억원의 출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만큼 풀려날 경우 관계자들과 말맞추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곽 교육감 변호인은 정반대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맞섰다. 곽 교육감이 이미 2억원 전달 사실을 시인한 상태이며, 1억원 출처의 경우 “곽 교육감 지인의 돈으로 사건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곽 교육감은 최후진술에서 “후보직을 매수하려 한 적이 없다”며 동서지간인 실무자들 사이의 구두 약속은 제가 위임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승인한 적도 없는 독단적 충정에 입각한 해프닝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바라는 것은 교육 혁신의 소임을 수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것뿐”이라고 영장 기각을 호소했다. 심리는 당초 예상보다 이른 2시간10분 만에 마무리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