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예상밖 ‘통 큰 지출’… 국민 체감형 부양책 제시
입력 2011-09-09 20:5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내놓은 44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은 당초 예상됐던 3000억 달러 수준보다 훨씬 큰 규모다. 감세와 일자리 만들기가 핵심인 이번 대책은 결과적으로 실업률을 낮추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데 가장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핵심은 근로자의 근로소득세를 사실상 절반으로 낮춘 것이다. 현재 4.2%인 급여세는 올해 말 6.2%로 환원될 예정이었으나 오히려 이를 3.1%로 더 낮춰버린 것이다. 도로 학교 교량 등 공공 인프라 건설 확충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다. 이 계획이 집행되면 최소 3만5000개의 학교가 현대화된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밝혔다.
실업자를 신규 고용하는 기업에 세제지원을 해주고, 특히 600만명의 실업자들에 대한 실업수당 지원 연장을 위해 49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교사 해고를 연기하는 주정부를 직접 지원해주는 방안도 있다. 그는 “이 경우 교사 일자리 28만개를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일자리 만들기 법안(AJA·American Jobs Act)을 발표하면서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지지했던 방안들”이라며 “지금 당장 통과시켜야 할 것들”이라고 의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미국 경제의 부활을 위한 획기적 대책”이라고 평가했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미 언론들은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보다 훨씬 규모가 컸던 2009년 경기부양책(7870억 달러)이 사실상 별로 효과가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회의적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오펜하이머 펀드의 제리 웹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제로 이 금액들이 집행된다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특히 새로 집행되는 부분이 1300억 달러 수준이어서 경기회복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감세와 실업수당 연장은 기존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어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특히 공화당의 태도가 변수다. 오바마 대통령 발표 직후 공화당을 이끌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 가정과 소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끝내고 경기회복을 위해 협조할 수 있다는 게 나의 희망”이라며 “고려해 볼 만하다”고 일단 협조할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 다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경기부양책에 반대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08년 대선 경쟁자였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연설 직후 CNN에 나와 “이번 대책에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주택경기 활성화 방안이 빠져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백악관이나 민주당도 이번 연설에 담긴 대책이 모두 의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당장 티파티 의원들은 재정적자를 심화시키는 어떠한 조치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이달 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어떤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경기부양책의 가시적 효과 여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