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들 경고에도 구태 재현한 국회
입력 2011-09-09 16:42
여야가 어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표결 처리하려 했으나 본회의를 열지도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 후보자 선출안의 처리 순서를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이다가 결국 파행을 빚은 것이다.
한나라당보다 민주당 책임이 더 크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 후보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직접 보지 않았으니 확신할 수 없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민주당은 지명을 철회하지 않고 표결까지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먼저 처리할 경우 조 후보자 선출안만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선출안의 우선 처리를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본회의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치력을 전혀 보이지 못한 채 양 후보자 인준안을 먼저 표결하자는 입장만 고수했다.
‘안철수 열풍’이 구태를 버리라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경고라는 점을 정치권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또다시 당리당략에 치우친 행태를 답습했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대담한 행동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 또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불과 얼마 전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무소속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비공개 토론 끝에 부결시킨 바 있어 더욱 그렇다.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사법부 수장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여야는 오는 15∼16일 본회의를 재소집해 두 안건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나, 입장차이가 커 원만하게 처리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안건은 6700여개나 된다고 한다. 상임위원회나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안건들이다. 국회가 싸움박질하느라 입법이라는 고유의 업무를 얼마나 소홀히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회의 무능과 방자함이 민심이반을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