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6개월… 日 센다이를 가다] “이 땅을 회복시키소서” 희망을 기도하다

입력 2011-09-09 16:32


시사이드바이블채플이 서 있던 일본 센다이시 가모오. 이곳은 6개월 전만 해도 주택이 즐비했다. 하지만 지금은 쓰나미를 견뎌낸 콘크리트 건물 기초만 남아 그리스 유적지 같은 느낌이 든다.

황량한 그곳에 4m 높이의 나무십자가 탑이 서 있다.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와 한국교회희망봉사단, 예장 통합 사회봉사부, 기장 정의평화선교부, 기성 긴급재난구호단 등으로 구성된 한국교회 일본재해공동대책협의회 의장단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그 십자가 아래에서 손을 잡고 빙 둘러섰다.

“주님! 지진피해의 참혹한 현장을 둘러보니 사람의 나약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쓰나미 때문에 가족을 잃고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있게 하소서. 예수님이 짊어 지셨던 이 고난의 십자가 아래서 다시 출발하게 하소서. 회복시켜 주시옵소서.”

대책협의회 의장단은 8∼9일 일본 센다이 복구 작업 현장과 수재민 주거지역, 수재지원 네트워크 사무실 등을 방문하고 효과적인 일본 수재민 돕기의 방법을 모색했다.

100여 가구 남짓의 어촌마을인 히가시마츠시마시 도오나 복구 작업장은 히가시센다이교회가 주축이 돼 미국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싱가포르 한국 등 전 세계 크리스천 자원봉사자들이 일하는 곳이다. 30여명의 봉사대원들은 쓰나미로 침수됐던 주택 내부를 철거하고 있었다. 리모델링이 수월하도록 기둥만 남기고 모두 뜯어내는 것이다.

지역주민 헨미(77)씨는 “쓰나미가 들이닥친 지난 3월 집에 있다가 천장 기둥을 붙잡아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면서 “세상에 수십㎞ 떨어진 곳을 달리던 전차가 집 앞까지 휩쓸려왔으니 그때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겠느냐”고 허탈해했다. 그는 “집안의 진흙을 치우는 데 1개월 반, 마당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데 1개월이 걸렸다”면서 “처음엔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 했지만 교회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시니 다시 집을 고쳐 사용하는 게 감사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다테이시 아키라(33) 목사는 “가장 필요한 것은 1∼2년간 스태프들이 여기서 체류할 수 있도록 숙소와 급여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 동네에 교회가 세워질 것이기에 희망이 분명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행은 150가구의 수재민이 임시로 살고 있는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 닛페리 그라운드를 둘러본 뒤 아오바구에 위치한 도호쿠 헬프(센다이기독교연합 수재지원 네트워크) 사무실로 향했다. 한국교회가 모은 성금은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산하 JEDRO(NCCJ Ecumenical Disaster Response Office)를 통해 도호쿠 헬프에 지원된다. 가와카미 나오야 도호쿠 헬프 사무국장은 “지자체는 물론 센다이 지역 교회와 연계해 긴급 구호물품과 청소작업을 지원하고 무료식당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상담치료는 물론 4000여명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생존자의 실태 조사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점동 공동대책협의회 운영위원장(예장 통합 사회봉사부장)은 “실무를 맡은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의 도움으로 현장을 방문하면서 생존자 구호와 비핵화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면서 “특히 각 교단별로 경쟁적인 구호관행에서 한국교회가 하나의 창구를 만들어 일본을 돕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센다이=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