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대통령과의 대화] “安風 올것이 왔다… 가스관 빠르게 진행”
입력 2011-09-09 01:50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안풍’(安風·안철수 바람)과 관련,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방송 좌담회에서 “국민이 (정치권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앞서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광주 가면 민주당 국회의원뿐이고, 대구 가면 전부 한나라당 사람뿐이다. 그래서 국회에서 충돌하면 지역충돌 같다”며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권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호남에서도 여당이 나오고 영남에서도 야당이 나와야 원활한 대화채널이 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석패율 제도 도입을 제안한 바 있어, 여야가 이 제도 도입을 본격 검토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대해 “내 경우에는 하루라도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다급한 사정이 있다”면서 “여의도 정치와 물가만 따지는 게 아니고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느냐를 매일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21세기 대통령은 레임덕이라고 해서 어깨에 힘 빼고 소홀히 하고 적당히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면서 “나라가 제대로 되도록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진행자들과 80분간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분야 질문에 막힘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이 방송을 통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것은 취임 이후 6번째다.
좌담회 초반 경제위기 등에 관한 집중 질문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추석 맞아 푸근한 질문들인 줄 알았는데”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 현대건설 입사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에게 ‘잘 지켜보라’고 했는데 ‘잘 좀 봐줘라’는 것으로 잘못 이해해 이 대통령이 고속 출세했다는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과 관련해 “정 회장이 그때 한창 젊을 때인데 귀가 어둡겠나, 제대로 들었지”라고 응수했다. 이어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면서 감옥을 다녀왔고 이후에 몰래 시험을 쳤는데 현대건설에 합격을 했다”며 “그러나 (입사가) 안 된다고 해서 나는 정치하려는 게 아니라고 (청와대에) 항의를 했더니 그쪽에서 풀어줬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입사 후 5년간 매달 회사에서 중앙정보부에 동태보고를 했더라”고 소개했다.
한 패널이 지난 주말 야구장에서 이 대통령 부부가 키스한 것을 언급하며 “평소에도 스킨십을 자주 하시느냐”고 묻자 “젊은이들은 하면서 왜 우리는 하면 안 되느냐. 키스 타임이라길래 관중이 다 하는 줄 알았다”고 웃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담 30분 전에 김윤옥 여사와 함께 전기카트를 타고 상춘재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아까 낮에 시내 행사하고 들어오면서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괜찮다. 다행이네, 달도 떴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저녁 샌드위치를 먹으며 좌담회 준비를 했고, 이날 오전에는 방송인 송지헌씨에게 조언을 받기도 했다.
한장희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