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60년차 베테랑·새내기 주부 추석 장보기… 발품 팔아 시금치 반값에-“클릭했더니 교통비 절약”
입력 2011-09-08 21:23
지난 7일 서울 영천동 영천시장. 추석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평일 낮 시간대여서인지 시끌벅적한 명절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가격만 물어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얼마예요”라고 묻자 “그만 좀 물어보라”고 짜증을 내는 주인도 있었다.
이곳은 살림 경력 60년 주부 박찬순(81)씨가 명절마다 이용하는 전통시장이다. 맏며느리로 1남 4녀를 둔 박씨는 추석을 앞두고 항상 친인척과 자녀, 손주들을 위해 손수 음식을 준비한다. 60대처럼 정정한 박씨는 이날도 예년처럼 시장을 활보했다. 결혼하고 올해 두 번째 추석을 맞는 새댁 차화현(28)씨도 음식준비에 바쁘긴 마찬가지다. 신세대 주부인 차씨는 지난해처럼 올해도 인터넷 장보기로 추석을 준비한다.
두 주부의 장보는 모습은 판이했다. 베테랑 주부는 발품과 능청스러움으로, 결혼 2년차 새내기는 인터넷 정보검색 노하우로 장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맏며느리 박찬순씨의 전통시장 ‘발품’ 장보기=박씨가 시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다. 음식이 신선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즉석에서 가격 흥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씨가 처음 들른 곳은 채소 가게. 이름도 없는 조그만 가게지만 박씨는 10년 단골이다. 좌판에는 고사리와 도라지가 400g에 각각 5000원씩 한다고 써 있었다. 박씨는 지갑을 꺼내면서 “가격 좀 잘 쳐줘. 명절 다가오면서 추석 음식 줄줄이 내리고 있다는데”라며 흥정을 시작했다. 주인 이모(60·여)씨는 “언니, 내가 여기서 30년 장사했는데 추석 대목에 가격이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어”라고 받아쳤다. 박씨는 살 듯 말 듯 뜸을 들이다 고사리와 도라지를 1만원어치씩 달라고 했다. 이씨는 야박하게 내친 게 미안했던지 고사리와 도라지를 한 움큼씩 덤으로 담고 숙주나물도 얹어줬다. 박씨는 “이래서 단골이 좋다”고 흐뭇해했다.
옆 가게에서 시금치를 할인한다고 하자 박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 단에 1500원. 박씨는 “한 단에 보통 3000∼4000원 하는데 이 가격이면 엄청 싼 것”이라며 세 단을 집어 들었다. 박씨는 “채소류는 오래 지나면 팔 수 없어 갑자기 할인할 때가 있으니 그때를 잘 활용하면 싸게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씨는 이어 전 만들 때 넣을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국거리·불고기용 쇠고기, 굴비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과일은 주말에 살 계획이라고 했다. 과일 값이 떨어지는 추세라 추석 임박해서 사는 게 더 싸다는 이유에서다.
장보기 2시간째. 배달도 안 되고 날도 더운데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박씨는 “상인들과 흥정하고 운 좋으면 떨이로 얻고 이런 게 시장 오는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결혼 2년차 차화현씨의 인터넷 장보기=지난해 5월 결혼한 차씨는 올해 두 번째 추석을 맞았다. 추석엔 경기도 분당에 있는 시댁에 가지만 연휴기간 집에서 먹을 음식은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차씨가 살 품목은 뭇국과 불고기에 들어갈 쇠고기, 포장된 전, 도라지 등 나물류 3가지, 굴비, 동태포, 송편, 과일 등이다. 차씨는 7일 일을 마치고 컴퓨터를 켰다.
차씨가 자주 찾는 오픈마켓에선 이날 하루 ‘추석맞이 할인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1000개 한정 판매되는 햇배 10개(5㎏)가 8900원에 판매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과일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너무 저렴해 의심스러웠다. 김씨는 구매 후기를 찬찬히 훑고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무료 반품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보고서야 구매버튼을 눌렀다.
전은 만들어진 것을 조금 사다가 데워먹기로 했다. 1㎏ 2봉지를 6900원에 장만했다. 동태포도 600g을 4500원에 구입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생각해 한우 국거리, 불고기용이 각각 1.3㎏씩 들어있는 한우 정육 세트(6만9900원)도 샀다.
차씨는 이날 과일을 저렴하게 산 데 만족했다. 차씨는 “과일 값을 아낀 덕에 고기를 많이 샀는데도 12만원 선에서 연휴 음식 준비를 끝냈다”며 “앉은 자리에서 주문하고 집에서 받으면 되기 때문에 직장인이 이용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차씨는 “인터넷 장보기는 구매자가 올린 후기를 꼼꼼히 읽고 다른 사이트와 비교해야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비법을 소개했다.
권지혜 임세정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