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요란하지만… 高물가에 추석대목 실종 “값만 묻고는 그냥 가요”
입력 2011-09-09 00:47
추석을 나흘 앞둔 8일 오전 11시 대구시 남문시장.
50여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선 시장 안은 손님과 상인들의 시끌벅적한 흥정소리 대신 적막감이 흘렀다. 빈 장바구니를 든 중년 주부들이 가끔 눈에 띄었지만 값만 물어본 뒤 가게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남문시장에서 20년 넘게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예전엔 추석 대목이면 하루에 손님 수십명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하루에 3명을 받기도 어렵다”며 “지난달 시장 근처에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손님이 더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무렵 강원도 춘천 중앙시장은 아예 개점휴업 상태였다. 의류 잡화 등을 파는 가게에는 손님 구경조차 힘들었다. 이곳에서 10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원모(52·여)씨는 손님을 그냥 보낸 뒤 “이것 봐라. 사람들이 흥정도 하지 않고 간다”며 “이렇게 속 태울 바엔 차라리 손님이 아예 없는 게 나을 것”이라고 속상해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매년 수백억원의 시설개선 자금을 지원하고, 명절이면 장보기 행사를 벌이는 등 시장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도 추석경기가 실종된 것은 마찬가지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 6일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찾아가는 국실장회의’를 열었던 곳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장 보러 온 주부들은 때깔 좋은 과일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면서도 선뜻 물건을 고르지 않았다. 시장 삼거리의 Y상회 주인은 “값을 물어보는 주부 10명 중 1명만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소비촉진을 위해 만든 전통시장 상품권도 허사였다. 시장 상인들이 현금을 선호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상품권 사용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예 ‘상품권깡’으로 현금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소문이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최근 며칠간 온누리상품권을 판다는 게시글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울산지역 상인들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들이 ‘온누리상품권’ 30여억원 어치를 사 직원들에게 나눠주자 ‘추석특수’를 잔뜩 기대했으나 결과를 자신할 수 없는 형편이다. 울산 최대 전통시장인 신정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신영(64·여)씨는 “20년째 장사를 하지만 올해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다. 최상급 고기를 준비했는데 손님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광주광역시는 국비와 시비·민간부담을 합쳐 2009년 100여억원에 이어 2010년 170여억원, 올해 180억여원을 양동시장 시설 개선에 투자했다. 하지만 손님을 끌어 모으지 못했다. 양동시장 관계자는 “고객들을 끌기 위해선 각종 시설보수도 중요하지만 볼거리가 다양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의정부·대구·
춘천·울산=김칠호 최일영 박성은 조원일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