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파는 대학동문 주소록… 개인정보 ‘줄줄’
입력 2011-09-08 21:25
졸업한 동문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위해 각 대학이 만든 동문 주소록이 개인정보 유출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동의 없이 주소록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지워달라는 동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거액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동문회 주소록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숭실대 총동문회는 7월 초부터 동문회 주소록을 졸업생에게 9만원에 팔고 있다. 주소록에는 졸업생의 이름, 학과, 주소, 전화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들어 있다. 서울대 총동창회는 내년 발간을 목표로 동문회 주소록을 준비 중이다. 졸업생 35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기는 이 주소록은 동문들에게 15만원에 판매된다. 서울대 총동창회 관계자는 8일 “최근까지 최고경영자(CEO)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동문을 대상으로 명부를 만들었는데 내년은 10년 만에 전체 동문의 주소록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교우회는 전체 동문을 대상으로 한 주소록 발간을 최근 중단했지만 정경대 문과대 이과대 등 각 단과대 교우회는 주소록을 5만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동문들은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숭실대 졸업생 A씨(30)는 모교 총동문회를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지난달 29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동문회 명부가 배포된 이후부터 영어학원 등에서 전화가 많이 온다”고 주장했다.
대학 주소록은 범죄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한 인터넷 헌책방은 2009년도 중앙대 동창회 회원명부를 9만원, 같은 해 발간된 고려대 정경대 주소록을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의 주소록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소록은 보이스피싱(전화사기)에 자주 쓰인다”고 경고했다.
일부 대학은 주소록 발간 등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 서강대는 인터넷을 통해 동문 주소를 출력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다 2007년 4월 중지했다. 한양대는 주소록을 발간하지 않고 동문 연락처를 원하는 사람에 한해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과 관계자는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원치 않게 주소록에 실린 동문의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낼 수 있다”면서 “주소록은 항의가 있을 때마다 매번 인쇄하기 힘들기 때문에 각 동문회는 사전에 동의를 받는 등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