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그후 10년, 평화는 없었다-(3) 갈라진 세계…처방은?] ‘증오→보복’ 악순환 끊고 화합정책 펴야

입력 2011-09-08 21:57

9·11 테러가 낳은 고통은 진행형이다. 전 세계는 극소수의 이슬람 테러범들을 전체 이슬람인과 동일시하면서 반목 감정을 키웠고, 졸지에 주홍글씨가 새겨진 이슬람인들의 신음소리는 커졌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을 묘안은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오히려 현실은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갈라진 세계=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 개선문 광장 인근에서는 돼지고기와 와인을 곁들인 파티가 열렸다. 무려 700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反) 이슬람’ 파티였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슬람 신도는 400만명으로 유럽국 중 최대이며, 햄과 포도주는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음식이다. 프랑스는 올 4월엔 이슬람 여성의 전통의상인 ‘부르카’ 착용까지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반이슬람 감정은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만연해 있다. ‘이슬람=테러조직’이라는 등식이 자리 잡으면서 기독교 등의 타 종교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들은 이슬람교도들을 테러 자행 가능성이 큰 사람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테러세력을 소탕하려는 미국의 공격과 여기에 맞선 보복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반이슬람 감정은 최근 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이슬람이 다른 종교보다 더 폭력을 고취한다고 답했고, 미국 내 이슬람인 40%는 갖은 조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이슬람 국가에서도 서방국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됐다. 20년간 지속된 내전에 지칠 대로 지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또다시 지난 10년간 영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이 합세한 미국의 대대적인 공격을 견뎌야 했다. 사회 인프라가 파괴되는 등 삶이 피폐해져 갔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목으로 치러진 이라크전쟁도 마찬가지다. 런던 킹스칼리지 전쟁연구소의 애너톨 리벤 교수는 “아프간, 이라크전은 이슬람권 내 반미감정뿐 아니라 반이슬람 정서를 증폭시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화합 방도 있나=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줄곧 “당신들의 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취임 후 첫 공식 인터뷰도 아랍권 방송을 택했다. 중동지역 청년층의 반감을 줄이기 위한 ‘이슬람권 껴안기’ 외교 정책이 스마트파워(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결합) 전략이란 이름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이슬람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다. 국제사회의 반미감정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비롯하여 알카에다 등 테러리스트들의 문제 등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보낸 화해의 손길은 행동 없는 말뿐이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유럽도 개방적 이민, 종족 간 동화정책 등을 통해 다문화주의 정책을 꾀해 왔으나 오히려 증오심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 지난 7월 노르웨이에서 발생했다. 77명을 학살한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이슬람의 지배로부터 유럽을 구하기 위해 살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반이슬람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영향을 받아 유럽의 이슬람 이민 포용정책을 비난했었다.

이에 서방국가들이 이슬람 테러를 규탄하는 것과 같은 열정으로 반이슬람주의 척결에 나서려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앤드루 바세비치 국제관계학 교수는 “아랍권의 여론은 우리의 말보다는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