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신드롬’ 가위 눌린 與… 보선대책 입도 못떼고 분란

입력 2011-09-08 15:22

한나라당이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시각차로 사분오열 양상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책은 엄두도 못 낸 채 집안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참석자 간 말싸움으로 난장판이 됐다. 연일 박근혜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정몽준 전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안철수 신드롬은) 우리 국민의 실망과 불신이 촉발된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한나라당이 국민을 위한 가치집단에서 계파를 위한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것이 국민들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2000년 이후 한국 정치에서 낡은 것으로 규정된 세력은 결코 새 세력을 이길 수 없었고, 소인배 정치는 대인배의 감동 정치를 이길 수 없다. 며칠간 한나라당의 많은 행태와 인식들이 낡은 정치, 소인배의 정치로 가고 있지 않은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안철수 파동이 좌파 단일화 정치쇼”라고 비판한 김기현 대변인 논평에 대해서도 “국민 분노를 강남좌파의 쇼라고 매도하는 한, 한나라당은 어떤 선거에도 어렵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친박계 김영선 의원이 발끈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의 생각과 고뇌를 기득권과 잘못된 것으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독단적 의견이자 모독적 발언”이라며 원 최고위원에게 사과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홍준표 대표는 “오늘은 됐다. 자기 혁신이 중요하다”고 수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남경필 최고위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철수 신드롬에서 배울 것은 (신드롬을) 남들이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좌파니 우파니 낙동강전투 그만하고 포용과 희생으로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나서 얘기를 하려 하자, 홍 대표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연속 세 번 내리치며 “오늘은 그만하자”고 역정을 냈다. 정 전 대표가 홍 대표에게 “비공개 회의를 좀 더 하자”고 했지만, 홍 대표는 “됐다”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원 최고위원과 김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적의(敵意)를 숨기지 않았다. 김 의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하자 원 최고위원은 “정신 차리십시오”라고 대꾸했다. 원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가며 기자들에게 “병 걸리신 분들 많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김포 해병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원 최고위원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은 소인배고, 자기 혼자 대인배냐. 3선까지 만들어준 당을 ‘병든 사람이 많다’고 해서야 되겠느냐”고 격분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