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럽 “리먼 악몽 재현되나”… 유럽은행, 그리스·이탈리아 채권 물려 자금난

입력 2011-09-08 18:34

세계 경제에 우울한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 은행의 자금난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에선 더블딥 현실화 가능성이 50%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은행 무너지면 금융위기 재발 가능=유럽에서 채무 위기와 함께 떠오른 문제는 은행의 부실화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채무 위기로 은행들이 보유 중인 해당 나라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 자금 부족을 우려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 하루하루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유럽 은행의 자금 조달 사정이 나빠지고 있고, 이런 상황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엔 미국 금융기관이 유럽 은행과의 거래를 피하면서 이른바 신용경색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은행과 헤지펀드 등 대다수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촉발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주요 은행 가운데 한 곳이 무너지면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자기복제를 통해 증식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이번 위기는 리먼 사태 때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은행 위기에 대처할 범(汎)유럽 차원의 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인 채무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쌓이는 양상이다. 이탈리아에선 긴축안이 통과됐으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로존 17개국이 그리스 구제금융안을 자국 내 조건 없이 승인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블딥 확률 50%=미국에서 더블딥 확률을 50%로 예측할 수 있는 근거는 역사적 경험이다. NYT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월별 고용지표가 이전 4개월에 비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경제는 침체 현상을 보였다. 미국 고용지표는 올 봄 이후 정체 상태다. 지난 4개월간 신규 일자리는 평균 4만개에 불과했다. 지난해부터 올 봄 이전까지는 경기회복으로 비쳐질 정도로 고용지표가 괜찮았다. 그렇지만 연방 및 지방정부가 일자리를 계속 줄이고 있고, 의회는 일자리 창출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낮아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조슈아 샤피로 MF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가능성은 심리적으로는 이미 100%에 가깝지만 경제지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예측하면 50대 50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