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혁명 튀니지·이집트 “민주화 지원자금 못받았다”

입력 2011-09-08 18:35

‘중동판 마셜플랜’은 말의 성찬인가.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몰고 온 튀니지와 이집트에 민주화 이행자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적시에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민주화의 성과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잘룰 아예드 튀니지 재무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아랍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오늘까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며 “자금 지원이 없으면 민주화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선물을 달라는 게 아니라 투자를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젬 엘베블라위 이집트 재무장관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약속한 70억 달러(7조5166억원) 가운데 5억 달러만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2013년까지 2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집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30억 달러 지원마저 거부하고 아랍권인 사우디로부터 40억 달러, UAE로부터 30억 달러를 약속받았다. 카타르도 관광과 주택, 교육 사업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오랜 정치 불안으로 이들 나라의 경제사정은 취약하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캐피털은 올해 튀니지 경제성장률을 1%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3.7%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경제성장이 원활하지 못하면 민주화를 이끈 젊은층에게 제공할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회갈등이 심화된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그만큼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집트 애널리스트들은 이집트의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투자와 연계된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