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위기의 박근혜 ‘安風’ 막기 한계… 찾아가는 현장 정치로 맞대응
입력 2011-09-08 15:19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에 흔들리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현장 정치’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8일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 자주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참신함과 대중적 친화력을 발판으로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을 돌보는 서민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안 원장에 대한 기자들의 반복되는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고 반응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나가는 식으로 농담을 했는데, 표현이 적합하지 않았다”고 했다. 즉각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향후 논란이 확대될 여지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 위기의식은 높아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0.7%의 지지율로 41.5%를 기록한 안 원장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같은 날 발표한 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40.6%)가 안 원장(36.1%)을 4.5% 포인트 차로 따돌렸지만,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이 휘청거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기다렸다는 듯 내부 공세도 시작됐다. 정몽준 전 대표는 “대세론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전부터 생각했다”고 했고, 정두언 의원은 “국민이 대세론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현장 정치를 극도로 자제하는 등 대선 조기경쟁을 피해왔지만, 이제는 친박계에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정책행보는 한계가 있다. 박 전 대표가 앞으로 민생행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친박계 의원은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어서 ‘안철수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원에 나설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선거를 지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다만 “당이 후보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만 했다. 그러나 친이계 안형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도 명백한 저희 당의 당원”이라며 “당 후보가 이기기 위해서 당원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친박계 관계자도 “이미 박 전 대표가 요구한 대로 당 복지노선까지 정해진 마당에 누가 나오든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는 물론 여권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가 취약한 수도권과 20∼30대의 지지세를 끌어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 원장의 등장으로 정치권에 일대변혁의 바람이 부는 만큼 박 전 대표가 이전과는 다른 정교하면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도 계파를 떠나 이견이 없어 보인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