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목사의 장애우 사랑… 임마누엘복지재단 김경식 이사장, 지역 장애인들에 햅쌀 전달

입력 2011-09-08 18:03


“저엉 말, 감, 사, 합니다.” 김영래(70) 할아버지는 온 힘을 들여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가진 김 할아버지는 그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전동 휠체어에서 어렵게 한마디씩을 했다. 김 할아버지는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서울 거여동 임마누엘복지재단에서 열린 ‘사랑의 쌀 나눔 잔치’ 행사에 참가해 점심을 먹었고 20㎏짜리 쌀을 받았다. 말하는 것 자체가 힘겨웠지만 얼굴엔 기쁨이 넘쳤다.

사랑의 쌀 나눔 잔치는 임마누엘복지재단이 1990년부터 실시해 온 행사다. 매년 설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 일대 장애인을 초청,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쌀을 선물로 나눈다. 이날 행사엔 42명의 지체장애인 노인들이 참석했다. 장애인들은 재단 측이 마련한 송편과 부침개, 불고기 등 음식을 좋아했고 맛있게 식사했다. 이들은 경기도 평택산 햅쌀도 한 포대씩 선물로 받았다.

행사는 재단 이사장이자 임마누엘교회 담임인 김경식(56) 목사가 주도했다. 22년 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애를 가진 한 할머니 가정에 심방을 갔다가 쌀이 떨어져 며칠째 굶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시작했다. 김 목사는 “흰 쌀이 먹어 보고 싶다는 할머니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가정을 선정해 명절 때마다 쌀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 역시 목발을 의지해야 걸을 수 있는 2급 지체장애인이다. 28년 전 서울 도봉구 안골부락에 천막을 치고 10여명의 장애인들을 돌보기 시작해 지금은 전국 9개 복지재단에서 300여명의 지적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을 섬기고 있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