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향숙] 전통예술의 미래를 위하여
입력 2011-09-09 17:52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대륙, 남미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바람직하고 뜻 깊은 일이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로부터 창작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세계민속예술제와 같은 해외 공연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통문화에 열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실 예술의 어떤 장르든 전통과 창작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가 그렇고, 최근 붐이 일고 있는 가요 또한 그러하다. 그런 면에서 국적불명의 모호한 창작이 판치는 한국무용계는 안타깝게도 두 요소가 충돌하고 있다. 무용가들이 좀 더 새로운 발상으로 관객과 깊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창출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나는 지난 7월 ‘한국춤 백년화’ 공연에 출연하면서 새삼 한국 춤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분별한 모방 혹은 혼돈의 와중에 있는 한국창작무용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고, 그것은 전통의 정신을 바탕으로 삼되 현 시대의 정서와 감각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법고창신을 향한 도전인 셈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인 정재만 선생과 한국무용사의 산증인 김백봉 선생이 무대에 섰다는 자체가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중진급 스타 무용가들이 한꺼번에 나서니 그들의 카리스마는 무대를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정용진의 진일보한 연출은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데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제 한국의 무용가들에게 남겨진 과제는 보다 분명해졌다. 전통무용의 계승발전과 대중화에 앞장서야 하는 동시에 창작무용 또한 민족정서 및 세계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전통춤의 계승자들을 보호하는 데도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는 2세들에 대한 각별한 보호도 필요하다. 알다시피 연극, 영화, 가요계에서 2세들이 두각을 나타내곤 하는데 무용계에서도 선대의 훌륭한 유전자를 대물림 받은 이들이 민족예술의 지킴이로서 활동하는 것은 한국문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게 권력과 다른 예술의 세계인만큼 시샘하기보다는 오히려 박수와 격려를 보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 전통예술은 뛰어난 콘텐츠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정작 국내에서는 냉대를 받으며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한류의 세계화에서 보듯 한국적인 것이 세계성을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에 와 있다.
따라서 우리 무용도 다른 장르의 한류 붐처럼 세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춤에 대한 소중한 인식을 가지고 이들을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것이 전통을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춤과 소리 등 전통문화가 해외에 인기리에 수출될 때 비로소 ‘한류의 완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
민향숙 명지대 한국무용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