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학생인권조례, 무책임의 극치
입력 2011-09-08 17:50
서울시교육청이 7일 발표한 학생인권조례는 곽노현 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지난해 전국 최초로 공포한 경기도교육청 조례를 뺨치는 항목들로 가득하다. 교육 포퓰리즘이 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더욱이 발표 시기를 봐도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초안을 살펴보면 먼저 형식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조례에 담으면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령 학생 동의 없이 소지품 검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학교 단위의 학칙으로 충분하다. 관치도 이런 관치가 없거니와 교육 현장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교육청의 서슬을 보는 듯하다.
교권도 무시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은 교육 전문가인 교사의 지도를 받는 것이 당연한데도 교사에게 잠재적 가해자의 지위를 부여했다. 이래서야 고도의 신뢰가 생명인 사제관계가 제대로 형성되겠는가. 또 학생은 공부가 본분인데도 휴식권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방과후학교 강제금지 조항을 부각시킴으로써 학습을 부차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우를 범했다.
학생들에게 교내 집회의 자유를 부여한 것도 무책임의 극치다. 각종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무분별한 정치집회가 봇물을 이루지 않을지 걱정이다. 교복과 두발 자유화를 규정한 것은 교육자에게 훈육의 수단을 빼앗아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정 종교를 건학 이념으로 삼은 학교에 입학·전학을 기피할 권리를 인정한 것도 오·남용 될 경우 폐해를 가늠하기 어렵다.
시교육청은 이달 안에 최종안을 확정해 11월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의회를 야당이 장악하고 있으니 힘으로 밀어붙이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이 일정을 중단시켜야 한다. 박명기 후보에게 2억원을 줬다고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에 학생인권조례 계획을 지시함으로써 대못박기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법처리 결과를 봐가며 인권조례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