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제비뽑기 제도 바뀌나?

입력 2011-09-08 17:22


[미션라이프] ‘금권선거를 막는 대안’으로 여겨졌던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바뀔 것인가. 제96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를 10여일 앞두고 제비뽑기 제도 변경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제비뽑기 선거제도는 이미 지난해 총회에서 사실상 개편된 거나 다름없었다. 당시 ‘총회 현장에서 선거인단 30%를 제비뽑아 이들이 부총회장을 선출한다’는 안이 찬성 517 대 반대 288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이른바 ‘제비뽑기+직선제’ 절충안이다. 하지만 다음날 ‘기타 부임원은 3개 권역별로 안배해 부총회장이 지명한다’는 세칙안이 문제가 됐다. ‘그렇게 될 경우 당선된 부총회장 때문에 금권선거가 재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이다. 결국 절충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예장 합동은 개혁교회 전통에 따라 직선제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0년 제85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비뽑기를 결의한 것은 금권선거라는 고질병을 막아보자는 고육지책이었다. 예장합동 내 개혁그룹인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 김경원 대표회장은 “제비뽑기라는 제도 도입 없이 캠페인만으로는 금권선거를 막을 수 없었다”며 “제비뽑기는 우리 교단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에서 다룰 안건 중엔 지난해 부결된 절충안이 다시 올라와 있다. 남서울노회(노회장 오세광 목사)가 제출한 안건을 보면 ‘기타 부임원은 부총회장이 지명한다’는 표현 대신 ‘러닝메이트’라는 표현을 썼다. 총회 전에 미리 팀을 만들게 되면 그만큼 금권선거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밖에 절충안이 아닌 완전직선제를 요구하는 총회 안건도 3개나 올라와 있다. 금권선거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면 직선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갱협 등은 어떤 식으로든 제비뽑기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제비뽑기가 민의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리더십 약화로 교단 내외의 영향력마저 감소된다는 게 이유다. 반면 일각에서는 금권선거 방지, 성경적인 방법을 이유로 들어 제비뽑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원들 사이에서도 입장은 갈리고 있다. 김삼봉 총회장은 “현실적으로 제비뽑기 개선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치우 총무는 “제비뽑기 제도는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제비뽑기 유지, 직선제 도입, 절충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돈 안들이고 제대로 된 일꾼을 뽑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동안 제비뽑기 제도가 돈을 안 쓰는 데는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 제도 보완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