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걷는 길-옥천 ‘향수 백리길’] 정지용 詩心 어린 곳… 포근함이 흐른다

입력 2011-09-08 17:14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충북 옥천의 ‘향수 백리길’은 ‘향수’의 시인 정지용의 발자취가 곳곳에서 묻어나는 고향길이다. 하계리의 정지용 시인 생가에서 출발한 ‘향수 백리길’은 육영수 여사 생가∼장계관광지(멋진 신세계)∼안남면∼청성면 합금리 금강변∼금강휴게소∼안터선사공원을 거쳐 다시 정지용 생가로 되돌아오는 50.6㎞로 자전거 마니아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정지용 시인이 시심을 키우던 생가 옆 실개천은 갈대가 우거졌던 옛 모습 그대로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연말쯤이면 ‘향수’ 속의 실개천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1974년에 허물어진 후 복원된 생가에서 장계관광지까지 이어지는 11㎞는 ‘향수 삼십리길’로 불린다. 20년생 벚나무 가로수 2000여 그루가 멋스런 구 37번 국도를 걷거나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장계관광지의 ‘멋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멋진 신세계’는 최초의 모더니즘 시인인 정지용의 시문학 세계를 조명한 옥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1호. 북카페와 갤러리, 문화체험관 등이 조성돼 있고 방갈로와 취사시설도 있어 가족과 함께 야영도 할 수 있다. 인포삼거리를 지나 안남초등학교 옆 좁은 산길을 따라 20여분 산을 오르면 해발 384m의 둔주봉을 만난다.

둔주봉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금강이 굽이쳐 흐르며 만들어 낸 한반도 지형을 조우한다. 둔주봉에서 하산해 경율당을 지나 오른쪽 농로로 들어서면 금강휴게소까지 4.5㎞의 비포장도로가 마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오른 듯 자연 그대로의 원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금강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과 하행선, 국도에서 모두 진입이 가능하다. 시원한 금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계속 금강변을 따라 달리면 안터선사공원을 지나 출발지인 정지용 시인 생가에 도착한다.

옥천=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