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파푸아뉴기니 문성선교사] (1) 감정이 단순한 나의 형제들

입력 2011-09-08 17:39


안식년 잠시 떠나는 부부를 잡고 그들은 목 놓아 울었다

그 땅은 파푸아뉴기니 고산지역에 자리잡은 코라(Kora) 마을이다.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국내선을 타고 해발 2000m에 있는 고산 도시 고로가로 간다. 또다시 그곳에서 5인승 소형 경비행기(또는 헬리콥터)로 해발 3750m의 마이클 마운트를 넘어 굽이 흐르는 정글의 강을 따라 20여분을 정글 속으로 가면 높은 산봉우리를 부족의 형제들이 손으로 깎아 만든 작은 비행장을 만난다.

나의 삶이 있는 땅, 사랑하는 부족 형제들이 원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곳이다. 언제나 그리하였듯이 우리가 부족을 잠시 떠나려 하면 며칠 전부터 찾아와서 팔과 다리를 잡고 목 놓아 울며 마치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슬픔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토해낸다.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슬픔을 다 토해내야 울음을 멈추는 감정이 단순한 형제들이다. 형제들은 우리가 없으면 “춥다”라고 마음을 표현하며 헤어지기를 힘들어한다. 울며 슬퍼하는 형제들을 향하여 “내가 나가면 여러 나라에서 많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만날 것인데, 그들에게 너희들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구원받고 기뻐하는 마음을 저들에게 전할 것이다”고 하였더니 놀랍게도 이구동성으로 어서 다녀오라고 보내 주었던 사랑하는 형제들이 있는 땅이다.

코라 부족의 형제들은 악령이 자기들을 죽인다고 믿기 때문에 밤에 결코 밖에 나가 다니지 않는데 작은 불빛 하나 없는 칠흑처럼 캄캄하고 적막한 밤에 저희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놀라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부족의 형제가 한 손에 활과 화살을 들고 불쑥 내밀며 말하기를 “오데바나(하얀 사람, Odevana) 다른 곳을 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고 하는데 그냥 가면 그들이 우리가 이곳 정글 속에 살고 있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니 이것을 증표로 가져가십시오”하며 손에든 활과 화살을 건네주었다.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뛰어넘어 자신들이 그리스도를 만나 기뻐하는 마음을 전하기를 원하는 부족 형제들의 심령을 저희 가슴에 가득 안고 부족을 떠났었다. 하나님은 정글에서 사역하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선교사가 되기보다는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의 능력으로 긍휼을 입은 자, 내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I am nothing) 소망 없는 죄인(hopeless sinner)인 것을 알게 하시고 매일 매 순간 성령의 인도로 감찰하심으로 죄를 자복하게 하시어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게 하셨다.

부족 형제들은 말은 있어도 글자가 없다. 숫자도 잘 세지 못한다. 하루가 몇 시간인지, 일주일, 한 달이 며칠인지, 일년이 몇 달인지를 시간의 개념이 없다. 그래서 자신의 나이를 아는 사람은 없다. 언제나 큰 달이 지나가는 것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짐작한다. 한없이 우리가 돌아오기만을 달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을 부족 형제들을 생각하며 좋은 것을 먹어도, 입어도, 귀한 것을 보아도 부족형제들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동안 질병과 부족전쟁으로 누가 얼마나 죽었을까. 약을 줄 사람도 없는데 누가 얼마나 아플까. 누가 얼마나 잘 자라고 있을까. 얼마나 변하였을까. 얼마나 많은 새 아이들이 태어났을까. 소금도 없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을까. 얼마나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까.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파푸아뉴기니가 가까워질수록 저희의 마음은 부족의 형제들로 가득하다.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을 만나는 것처럼 이번에 가면 더 사랑해 주어야지, 이것을 주어야지, 이것도 보여 주어야지, 저것도 사 주어야지, 마음 가득히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이 마음과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선이 없는, 소망 없는 죄인이 누가 자기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려 하며, 누가 자기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하겠는가.

내가 처음 부족에 들어갈 때는 저희를 통하여 복음이 전해진다는 자만과 사도바울처럼 주의 일 하리라는 결심을 하였던 저희에게 하나님은 부족의 형제들을 통하여 나에게도 부족형제가 가지고 있는 죄의 열매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언제나 자복하게 하셨다.

마르틴 루터는 “내 안에 죄악이 있음을 알 때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라고 고백하였다고 한다. 죄인 됨을 알 때마다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감격을 누렸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긍휼이며 십자가의 예수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의 능력이다.

선(善)이 없는 나에게 이처럼 선한 것을 생각하고 행하게 하심은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의 능력이며, 죄인을 은혜의 법안에 두신 하나님의 긍휼이며 사랑이시다.

문성·이민아 선교사는

문성(60) 선교사는 아내 이민아 선교사와 함께 20년째 파푸아뉴기니 선교를 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부를 두고 호주 캐나다 등에 훈련센터를 둔 NTM(New Tribes Mission) 소속. 예수를 만나기 전 여의도에서 IT업체를 운영하던 1세대 벤처사업가. 지병 박리성대동맥류 때문에 인공동맥을 차고 있다. 선교지 코라 부족은 식인을 할 만큼 원시적이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문자 ‘미희’(mihi·‘고구마’라는 뜻)를 창제했다. 지난해 9월 안식년을 얻어 한국 및 북미 등을 돌며 미전도 종족 선교 실태를 전하다 한 달 전 다시 선교지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