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걷는 길-산청 남사예담촌] 투박한 돌담길 따라 500년 한옥·고목 정취 그윽
입력 2011-09-08 17:39
돌담과 토담이 아름다운 경남 산청의 남사예담촌은 고즈넉한 담장 너머로 한옥의 단아함과 시골 사람들의 넉넉한 정이 넘쳐나는 500년 역사의 전통마을이다. 구불구불한 곡선이 아름다운 돌담길에 들어서면 마을 역사와 함께한 고목들이 옛 정취를 더한다. 지난달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연합회(한아연)’가 선정한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선정됐다.
문화재로 지정된 남사마을의 돌담길은 약 3.2㎞로 골목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자랑한다. 투박하면서도 곡선이 아름다운 골목은 사양정사 진입로. 담장을 수놓은 담쟁이덩굴을 따라 들어가면 정씨 집안의 문중회의장 겸 서당 역할을 한 사양정사가 나온다.
사양정사의 솟을대문 앞에는 퇴락한 하씨 고택의 무너진 담장 너머로 수령 600년이 넘은 감나무 한 그루가 주황색으로 익어가는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영의정을 지낸 문정공 하연이 7세 때 어머니를 생각하며 심었다고 전해진다. 회화나무 두 그루가 X자로 굽은 채 자라는 이씨고가 골목길도 운치 있다. 화재를 막기 위해 심었다는 수령 300년의 회화나무 덕분에 마을이 불바다가 된 한국전쟁 때도 이씨고가는 멀쩡했다. 이씨고가 집안의 회화나무는 인조로부터 하사받은 나무.
남사예담촌의 골목길 중 으뜸은 최씨고가의 골목길. 마을 주차장과 연결된 골목은 정확하게 ‘ㄱ’자로 꺾여 모서리에 바싹 붙어 사진을 찍으면 골목이 두 개로 보인다. 최씨고가의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령 230년의 최씨매를 비롯해 온갖 화초들이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 시절에 남사예담촌의 박호원 농막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긴 골목을 걸어 사수천을 건너면 당시의 농막은 사라졌지만 임꺽정의 난을 진압한 박호원의 재실인 이사재가 높은 언덕에서 남사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남사예담촌에서의 고택체험은 사양정사를 비롯해 이씨고가와 선명당에서 경험할 수 있다. 술래잡기, 굴렁쇠 굴리기, 연날리기 등 추억의 민속놀이도 곁들여진다.
산청=이영재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