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걷는 길-안동 퇴계 오솔길] 수려한 풍광… 퇴계의 詩 탄생시킨 ‘시인의 길’
입력 2011-09-08 17:41
퇴계 이황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극찬한 퇴계오솔길은 퇴계 태실에서 청량산 중턱의 오산당까지 낙동강변을 따라가는 오솔길. 퇴계는 13세 때 숙부인 송재 이우로부터 학문을 배우기 위해 이 길을 왕래하며 바위, 소, 협곡, 단애 등 수려한 풍광을 만날 때마다 시 한 수씩을 지었다. 이후 퇴계는 64세까지 이 길을 대여섯 번 더 왕래했다. 이렇게 읊은 시는 모두 9편으로 퇴계집 권1에 전해온다.
안동시가 조성한 퇴계오솔길은 도산면 단천리의 단천교에서 청량산 전망대와 농암종택(聾巖宗宅)을 거쳐 고산정에 이르는 약 7㎞ 구간. ‘녀던 길’로도 불리는 퇴계오솔길은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대부분 옛 모습을 잃었지만 백운지 전망대에서 학소대를 거쳐 농암종택에 이르는 강변길에는 500여 년 전 퇴계가 다니던 옛길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낙동강 상류의 절경은 청량산 전망대에서 농암종택 사이에 꼭꼭 숨어있다. ‘미천장담’을 비롯해 ‘경암’ ‘한속담’ 등 대부분의 퇴계 시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퇴계를 흠모하는 조선시대 영남의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찾지 않았을 리 없다. 이들이 남긴 기행문만 100편에 이르고 시는 1000편이 넘는다니 퇴계오솔길이 얼마나 멋스러운 길인지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먹황새의 서식지인 학소대 아래 수풀을 빠져나오면 건지산 줄기와 청량산 줄기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곳에 터를 잡은 농암종택이 고풍스런 멋을 자랑한다. 농암종택은 조선시대 대표적 문인 농암 이현보(李賢輔)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오는 곳. 1370년 무렵에 지어진 농암의 원래 집터는 도산서원 1㎞ 아래인 분천리에 있었지만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는 바람에 지금의 자리로 집을 옮겨왔다. 고택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는 농암종택은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데다 고택의 예스러운 멋도 일품이어서 체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종택 내 애일당(愛日堂)은 70세의 농암이 90세의 부모와 마을 노인들을 위해 때때옷을 입고 춤을 췄던 곳으로 유명하다.
안동=김재산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