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걷는 길-제주 성읍민속마을길] 억새 사뿐, 구멍숭숭 돌담길… 아, 삼다도구나!

입력 2011-09-08 17:10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로 가는 길은 제주의 전통과 자연을 그대로 살아있다. 이 길을 걷다보면 도시의 시멘트와 인공미에 허덕이는 메마른 감정은 다시 촉촉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제주도의 원형의 온전하게 보존된 성읍민속마을은 제주올레 3코스가 지나가는 마을로 성읍민속마을에서 김영갑 갤러리를 거쳐 용눈이오름에 이르는 길은 민속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제주의 대표적인 길이다. 길을 따라 막 피기 시작한 억새꽃이 바람에 따라 일렁일 때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

성읍민속마을로 가는 길의 매력은 검은색으로 빛나는 묵은 돌담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돌담길을 걸어 울창한 수림을 빠져나오면 탁 트인 통오름과 독자봉이 청명한 하늘아래 펼쳐진다. 물빛 바다와 풀빛 목장이 어우러진 이국적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온다.

제주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 성읍민속마을은 1984년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됐다. 제주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 지난 여름 태풍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600년의 팽나무 한 그루가 넘어져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성읍민속마을을 빠져나오면 제주민속촌박물관이 반갑게 맞는다. 1890년대 제주를 재현해 놓은 야외박물관으로 산촌·중산간촌·관아·신앙촌 등으로 꾸민 100여 채의 전통가옥이 흥미롭다. 표선해수욕장에서 잠시 바닷바람을 쐬고 나면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제주의 전통등대를 만난다. 해질 무렵 뱃일 나가는 어부들이 생선기름 등을 이용해 불을 밝히고 아침에 돌아오면 불을 껐다는 ‘도댓불’이다.

오름의 형태가 물통처럼 움푹 팬 데서 유래된 통오름은 가을이면 보랏빛 꽃밭으로 변한다. 패랭이, 개쑥부쟁이, 꽃향유의 냄새에 취해 걷다보면 제주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았던 김영갑의 사진을 전시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

길은 김영갑이 즐겨 찾았던 용눈이오름에서 막을 내린다. 3개의 분화구가 용의 눈을 닮았다는 용눈이오름의 능선과 분화구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처럼 부드럽다.

제주=주미령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