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피투성이라도 살라
입력 2011-09-07 18:55
IMF 구제금융이 한참 한국을 짓누르던 1998년 어느 날 아파트 위층에서 하얀 물체가 떨어지는 것을 봤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어 밑을 보니 할머니 한 분이 쓰러져 있었다. 곧이어 절규를 하면서 층계를 뛰어 내려가는 사람을 봤다. 할머니는 실직당하고 집에서 고민하는 아들에게 짐이 될까봐 자살을 선택한 것이었다.
삶은 죽는 순간까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그런데 실직했다고, 실연했다고, 실망했다고, 죄를 지었다고, 심지어 못생겼다고, 자신의 삶을 포기해 버리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어리석고 나쁜 일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그 무엇보다 큰 것이고, 또한 중요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잘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이 땅에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를 주셨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고, 지금도 우리의 목숨을 보존시켜 주시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겔 16:6)고 말씀하신다.
결코 포기하지 말라. 희망은 자기를 버리지 않는 자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지금 피투성이 같은 심정일지라도 끝까지 살아 있으라.
최승일 목사(서울 상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