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도 없는데 치솟는 ‘정치인 테마株’ 조심

입력 2011-09-07 18:53


박근혜주(株)·손학규주·문재인주에 이어 안철수주·박원순주 등 ‘정치인 테마주’가 주식시장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정치인 테마주의 이상급등 현상이 계속되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7일 “정치인과 관련한 종목들을 주시하고 있다”며 “주가가 오르는 이유, 거래량의 증감, 언론보도 내용 등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뚜렷한 실적 개선이 없는데도 주가와 거래량이 치솟고 있기 때문에 일부 세력의 통정매매(종목·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한 뒤 서로 물량을 주고받으며 주식시장을 혼란시키는 것)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는 뜻이다. 거래소가 시세조종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종목들을 금감원에 넘기면, 금감원은 계좌추적권 등을 활용해 혐의를 확인한 뒤 사법당국에 고발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장 출마설과 함께 새로운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된 안철수주의 변동 폭은 매우 컸다. 코스닥시장에서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2일과 5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뒤 7일에는 14.93% 하한가를 치는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던 KT뮤직도 지난 5일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하루 만인 6일 하한가로 급반전했다.

반면 안 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사외이사로 재직한 풀무원홀딩스와 재단 임원을 맡은 웅진홀딩스는 6일부터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풀무원홀딩스의 거래량은 지난 5일에는 2221주에 지나지 않았지만, 7일 무려 96만7360주로 435배 뛰었다.

정치인 테마주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권 행보를 밝힌 지난해 12월부터는 복지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출산 대책 테마주’가 인기를 끌었다. 4월 재보선 직후에는 성남 분당을에서 승리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테마주가 득세했다. 최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새로운 대권 후보로 부각되면서 문재인 테마주도 생겼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테마주가 단기 고수익의 매력을 풍기지만,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테마주의 급등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현상이고, 시세조종 세력이 개입하기도 쉬워 손실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성봉 시황팀장은 “정치인이 학연·지연 관련 산업을 부흥시켜 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고정관념”이라며 “무분별하게 남들을 따라 투자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