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發 ‘錢爭’… 3차 양적완화땐 신흥국도 ‘불길’
입력 2011-09-07 21:29
스위스가 환율 시장 개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은 것은 미국, 유럽 등을 둘러싼 경기 악재 탓이다. 투자 수요가 안전자금인 스위스프랑으로 몰리면서 유로화뿐 아니라 달러화 대비 자국 화폐가치가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수출이 타격을 입은 반면, 수입물가 급락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오히려 선진국 간 환율전쟁을 키우는 단초만 제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까지 더해지면 화폐전쟁의 범위는 확장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왜 결단했나=스위스중앙은행(SNB)은 6일(현지시간) “스위스프랑 가치는 경제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고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우려된다”며 페그제(고정환율제) 시행 이유를 설명했다. 프랑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약 27% 급등했다. 관광업계와 수출기업들은 어려움에 처했고, 이민자마저 생활비가 치솟자 떠날 채비를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당국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0.6% 포인트 하락한 1.5%로 전망했다. 바젤연구소는 올해 전망치(1.9%)의 절반 수준인 0.8%로 제시했다.
하지만 안전자산 지위까지 포기하면서 내놓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내겠지만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일본도 최근 1년간 세 차례 엔화를 매도하는 환시 개입에 나섰으나 단기간 효과를 내는 데 그쳤다. 또 시장에서는 하루 800억∼1000억 스위스프랑을 부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하나 1주일이면 국내총생산(GDP)을 넘는 금액이다. 또 자국 통화를 풀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스위스는 커다란 실수를 했다”고 경고했다.
◇파장은=세계 각국은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통화 약세를 유발하기 위한 경쟁을 벌여 왔다. 미국은 지난해 두 차례 양적완화로 2조3000억 달러로 경기를 부양하면서 달러 약세를 꾀했다. 이에 따라 1차 환율전쟁이 벌어졌다. 이어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달 초 4조5000억엔을 푸는 등 2차 환율전쟁에 불을 지펴 왔다. 여기에 스위스가 가세하자 이미 2차 환율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우선 스위스프랑화로 유입될 글로벌 자금이 엔화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또 유로존이 아닌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통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 비교적 안전투자처로 분류되는 노르웨이 크로네는 유로 대비 이날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스웨덴 크로나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역시 환율전쟁의 뇌관이다. 3차 양적완화가 실시되면 전 세계 유동성 확대로 각국의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일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선진국을 뛰어넘어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자금이 몰려들 수 있다. 그러나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헤알화 강세를 막기 위한 페그제 채택 가능성을 부인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