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사전구속영장] “사퇴 대가로 2억 건네… 민의 왜곡한 주요 선거범죄”
입력 2011-09-07 21:44
검찰이 7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곽 교육감의 혐의가 민의를 왜곡한 주요 선거 범죄라는 판단 아래 불구속 기소를 피하고 영장 청구를 선택했다.
◇검찰, 후보자 매수 엄벌해야=검찰은 이틀 새 30시간을 넘긴 고강도 조사에서 곽 교육감에 대한 혐의 사실 대부분을 특정했다. 시작은 곽 교육감이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5월 19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를 상대로 후보 사퇴 대가 및 선거비용 보전 명목으로 7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나중에 당선될 경우 서울시교육청 정책자문기구의 위원장직을 제공키로 하면서 별도 여론조사 없이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고 합의했다는 혐의 내용이다.
검찰은 이런 약속 때문에 곽 교육감이 측근인 강모 교수를 통해 박 교수의 동생을 거쳐 최종적으로 박 교수에게 지난 2∼4월 6차례 2억원을 건넸다고 봤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박 교수가 곽 교육감을 찾아와 약속 이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곽 교육감이 2월부터 제공한 돈은 후보 사퇴의 대가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중으로 작성된 차용증 등 돈 관계를 은폐하려던 증거물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매수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고, 이는 민의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곽 교육감에게 적용한 법 조항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49조다. 그러나 이 법에는 후보자 매수죄에 대한 별도 조항이 없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매수 처벌 조항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곽 교육감 혐의는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로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나중에 이익이나 직을 제공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곽 교육감이 회계책임자 이모씨와 박 교수 측 선대본부장 양모씨의 이면합의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최소한 사후에라도 2억원을 건넸다고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에 이 조항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돈을 받은 사람을 무겁게 처벌하는 뇌물범죄와 달리 선거범죄는 돈을 준 사람이 적극적 매수 의사를 가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죄질이 중하다는 점도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꼽았다.
◇구속영장 발부될까=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이라는 두 가지 잣대를 가지고 곽 교육감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곽 교육감이 도주 우려는 거의 없지만 실무진과 입을 맞출 수 있어 발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현직이어서 직무 집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는 부차적 요소”라며 “발부할까 말까에 대한 판단이 비등할 경우에만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2억원이란 돈이 적은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발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한 변호사는 “박 교수가 돈을 받았다는 일관된 진술이 있고, 검찰이 오랜 기간 내사를 거친 만큼 증거인멸 우려는 소멸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불구속 수사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노석조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