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2) 公·私 구분도 못한다] 딸 자취방 월세 정치자금으로 냈다

입력 2011-09-08 00:12

자유선진당 이재선(대전 서을) 의원은 지난해 5월 24일 ‘의정활동용 주택임대 보증금’과 월세 명목으로 80만원씩 160만원의 정치자금을 썼다. 해당 주택은 서울 청담동 지앤씨오피스텔로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이나 강남에 직장을 가진 젊은이들이 주로 묵는 곳이다. 그러나 의정활동용으로 신고된 이 집에는 이 의원의 딸(20)이 묵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의 딸은 서울 소재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윤영(경남 거제)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회계보고 대상 기간인 같은 해 12월까지 계약된 지역구 내 한 아파트의 월세(60만원)를 정치후원금으로 지출했다. 윤 의원의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 보고서에 해당 지출 내역을 ‘의원님 자택 임대료’로 신고했다. 거제시선관위는 ‘자택’이라고 표기된 해당 내역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지역구 숙소’라는 해당 의원의 답변에 조사를 종료했다. 그러나 정치후원금이 월세로 빠져나간 이 기간 이 집에 실제 거주한 사람은 윤 의원의 딸(25)로 확인됐다. 윤 의원도 “딸이 대학 졸업 후 지난해 거제 소재 D사에 입사하면서 출퇴근용으로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쓴 의원은 또 있다. 한나라당 송광호(충북 제천·단양) 의원은 후원금으로 ‘순금 배지’를 만들었다. 흔히 국회의원들이 옷깃에 다는 지름 1.6㎝, 무게 6g인 금배지는 사실 ‘은배지’다. 은 6g에 1g이 채 안 되는 금박을 입힌 것이다. 국회에서 의원에게 파는 가격도 1만9500원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송 의원은 지난해 4월 외부 업체에 의뢰해 원래의 은을 버리고 순금으로 채웠다. 이렇게 만든 배지에 들어간 순금만 2돈(7.5g)이었다. 제작비용 58만4000원은 정치후원금으로 충당했다. 같은 해 7월 같은 당 신상진(경기 성남중원) 의원이 1만9500원을 주고 국회 사무처로부터 새로 구입해 착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3선인 송 의원은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이다.

송 의원은 7일 “(국회 사무처가 지급하는) 배지에 땀이 한 방울만 묻어도 색깔이 변해 주민들이 배지가 왜 그러냐고 한다”며 “중앙선관위 정치자금과에서 (정치자금으로 써도) 이상 없다고 해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환금성이 뛰어난 금은 나중에 개인 재산이 되니 개인 재산으로 사는 게 맞다”고 답변했다.

제작 업체인 D사 관계자는 “18대 국회의원의 경우 당선 후 지급받는 (1만9500원짜리) 배지 대신 새로 금배지를 만든 의원이 100여명”이라며 “다만 금형을 새로 떠서 아예 순금 배지를 새로 제작한 것은 송 의원이 유일하다”고 했다.

탐사기획팀(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