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9·11] 사라지지 않는 ‘음모론’… 미국인들이 느끼는 테러 충격의 강도 ‘방증’
입력 2011-09-07 18:06
9·11 테러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테러를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방조했거나 정부 일부 인사들이 테러를 계획했다는 주장이다.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나타난 미 정부의 진실하지 못한 태도가 음모론 확산에 역할을 했다.
음모론자는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여객기와의 충격뿐 아니라 내부 폭발에 의해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건물 붕괴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으로 볼 때 전문가에 의해 폭탄이 미리 설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 건물도 사실은 미사일 공격으로 훼손됐다는 게 음모론자의 주장이다. 이들은 펜실베이니아에 추락한 여객기는 요격된 것이란 주장도 펼친다.
음모론자는 세계 최강 미 공군이 납치된 여객기 4대를 모두 놓친 점, 세계무역센터 인근 건물인 타워7이 급속도로 무너진 점, 유대인 희생자가 없는 점 등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증시 폭락 시점과 속도를 두고 공격을 미리 알고 있던 세력이 있었다는 주장도 편다.
미 정부는 급기야 2009년 음모론을 반박하는 자료를 냈으나 음모론을 믿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음모론 하나가 잘못됐다는 증거가 제시되면 음모론자는 다른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고 설명했다. 2006년 미국 여론조사에선 약 36%가 음모론 일부를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음모론이 힘을 잃지 않는 현상은 9·11의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미 퀴니피악대 리치 핸리 교수는 “겨우 문구용 칼로 무장한 19명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숨지게 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9·11이 미국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