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安風에 “우리 정치 새 출발 계기로”
입력 2011-09-07 15:1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7일 ‘안철수 신드롬’과 관련, “우리 정치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 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전 대표는 정치권이 공천을 비롯해 각종 정책과 입법 문제 등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근혜계는 안 원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 지지율이 43.2%로 40.6%인 박 전 대표 지지율을 앞선 것으로 나오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비록 오차범위(±3.7% 포인트) 내이지만 박 전 대표가 1위를 내준 조사 결과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별로 봤을 때 박 전 대표는 20∼40대에서 지고 50대 이상에서만 앞서 젊은층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세론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박계 이혜훈 의원은 “안 원장 지지율은 지금 최고점에 올라있다”며 “정치권에 들어와 검증을 거치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안철수 신드롬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2007년 대선 당시 ‘추석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을 한 해 앞둔 2006년 10월 추석 직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박 전 대표와 이명박 후보 간 지지율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인천 중부고용노동청 인천교육센터를 찾아 현장 목소리를 들으며 민생 정책 행보에 주력했다. ‘안철수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원래 계획했던 대로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누차 안 원장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병 걸리셨어요? 여기서는 정치 얘기 그만하고 중요한 고용 복지 얘기 좀 하죠”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한편 안 원장은 이날 여의도 집 앞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권 출마설과 관련, “가당치도 않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느냐”고 말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에 대해서도 “에이, 무슨 일시적인 거겠죠”라고 했다. 안 원장은 박 전 대표에 대해 “정치적으로 말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인간적으로 물어본다면 원칙 있고 좋은 정치인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