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불출마’ 이후… 여야 서울시장 후보 놓고 어수선

입력 2011-09-07 15:13


정치권이 어수선하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모두 후보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안철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무기력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산 출신 초선 의원은 7일 “안풍(安風)이 너무 거셌던 탓에 서울시장 후보 인선 문제에 매달리기는커녕 다들 지금까지도 자괴감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의 재선 의원도 “현재로선 서울시장에 누가 나오든 다 어렵다”며 “당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고 하면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누구 하나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지지 않는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선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당내 지지율 1위인 나경원 최고위원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쪽이 맞서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나 최고위원 본인이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다. 외부 인사로는 김황식 총리, 정운찬 전 총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거론되지만 이들이 ‘필승카드’가 될 수 있을지에 회의적 시각들이 많다.

안풍이 더 확산되는 걸 차단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정몽준 전 대표는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장을 겨냥, “특출한 개인한테 의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안 원장이 인상 참 좋으시고 부잣집 아들 같은 인상인데 내면세계는 분노가 많은 것 같다. 분노만 가지고선 일을 할 수 없다”고 깎아내렸다.

민주당 역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하던 전병헌 의원과 김한길 전 의원이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후보군이 교통정리 단계에 들어갔다. 원혜영 추미애 박영선 의원 등 다른 주자들도 불출마를 고려 중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경선 주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천정배 최고위원, 신계륜 전 의원 등 3∼5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 주변에서는 결국 야권의 후보 구도가 사실상 한 전 총리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간 양강체제로 좁혀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의 출마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민심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안 원장과 박 상임이사가 후보 단일화를 한 마당에 어느 누구든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다는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지도부는 후보 선출방식을 놓고 재차 충돌했다. 비주류인 정동영, 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당 공심위원회가 발표한 경선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공심위의 안은 당원선거인단 투표와 유권자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 최고위원은 “시민참여를 봉쇄하는 비민주적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대표는 고(故) 이소선 여사의 노제 참석 일정까지 취소하고 회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8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한장희 엄기영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