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세제개편] 법인세 새 과표구간 추가… 黨·政·野 의견달라 ‘불씨’

입력 2011-09-07 21:49


‘이명박 경제정책’(MB노믹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인세·소득세 감세 정책이 3년 만에 전격 철회됐다. 숱한 논란 끝에 ‘부자 감세’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대신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과세표준(과표)에 중간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중간 구간의 기준선을 놓고 정부와 여당 간 이견을 보여 논란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또 법인세 인하 철회가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와 맞물리면서 재계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부자 감세’ 포기=정부와 여당은 7일 고위 당정협의에서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당초 내년부터 과표 2억원 초과 법인세율을 22%에서 20%로, 8800만원 초과 소득세율은 35%에서 33%로 내릴 예정이었다.

당정은 소득세의 경우 현재 적용되는 세율(8800만원 초과 경우 35%)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법인세는 현행 2억원 이하(세율 10%), 2억원 초과(세율 22%) 과표에서 새 과표구간을 추가하기로 했다. 2억원 초과 구간을 둘로 나눠 중간 구간(2억∼500억원 이하)은 예정대로 세율을 20%로 내리고 최고 구간(500억원 초과)은 22%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중간세율 구간 신설로 2조4000억원, 소득세 최고세율 현행 유지로 6000억원의 세수가 더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늘어난 세수는 서민복지 재원을 확충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간구간의 상한선을 놓고 정부, 여당, 야당 모두 의견이 다르다. 이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정부안대로 통과될지 미지수다. 정부는 중간구간의 상한선을 500억원으로 잡았다. 500억원 초과 과표에 해당하는 기업은 대기업으로 400개 안팎이다. 반면 여당에서는 100억원을 상한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소기업에만 감세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백운찬 재정부 세제실장은 “100억원에서 500억원 사이 구간에 들어가는 기업은 중견기업으로 1100곳인데 여기에 22% 세율을 매기면 세금 4000억원을 더 걷게 된다”며 “정부안은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감세 혜택을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중간구간이 없거나 중간구간 상한선을 50억원으로 정하자는 생각이다. 민주노동당은 2억원 초과∼1000억원 이하는 22%, 1000억원 초과는 30% 세율을 매기자는 입장이다.

◇재계, 임투공제 집중 공격할 듯=재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예정됐던 법인세 인하가 사라진 데다 임투공제마저 없어지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투자만 하면 세금을 공제받았는데 앞으로는 고용을 유지하지 못하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기업의 세금 부담이 갑자기 커지는 셈이다. 정부가 추산하는 임투공제 폐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고투공제)로 전환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1조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추가 감세 철회로 정책 일관성이 훼손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고,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968년부터 도입된 임투공제는 대표적 투자 지원제도로 법인세율과 함께 기업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 고투공제로 바뀌면서 기업의 세액공제 금액 상당부분이 줄어 세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재계가 임투공제를 집중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임투공제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이다. 법인세 인하 철회를 바꾸기 힘들지만 임투공제는 3년 동안 폐지 논란 속에서 명맥을 유지했던 전례가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