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입국 열흘 지났건만… 조용한 ‘박태규 수사’ 왜?
입력 2011-09-07 21:43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지난달 28일 자진 입국한 지 열흘이 됐지만 검찰은 왠지 ‘조용’하다. 박씨만 송환되면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실체가 속시원히 규명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성과는 박씨 구속이 전부다. 대검찰청 중수부는 7일에도 “외부에서 너무 다그치면 수사가 왜곡될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박씨가 4개월여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지난 1년치 전화통화 내역을 분석하고, 박씨의 골프장 라운딩 리스트를 확보했다. 또 박씨가 은행 대여금고에 넣어 둔 억대의 현금 뭉치를 발견했으며, 수시로 상품권을 구입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도 “박씨에 대한 사전 조사는 대부분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로비 의혹 수사는 진척이 없다. 민주당은 지난 6일 “박씨 수사가 자취를 감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박씨의 입이 열리지 않고 있다. 박씨는 노련하게 주변 얘기까지 진술하면서도 정작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15억원의 용처는 함구하거나 “나이가 들어서…”라는 식으로 설명을 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주변에서는 박씨가 알려진 것처럼 거물급 로비스트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퇴출 저지 로비를 위해 해결사를 수소문하던 중 언론인 출신 인사의 소개로 박씨를 알게 됐으며, 박씨의 인맥이 넓기는 하지만 검은 거래를 성사시킬 만큼 깊은 관계의 인사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수사가 한창인 때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로비 수사를 본격적으로 벌리는 것에 중수부가 부담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치밀하고 신중하기로 이름난 최재경 중수부장의 수사 스타일 때문이라는 평도 있다.
검찰은 박씨의 구속기간을 열흘 더 연장키로 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수사팀을 정상 가동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뚜벅뚜벅 제 길을 가고 있다”며 “추석 이후에는 그간 제기된 여러 로비 의혹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