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세제개편] ‘일감몰아주기’ 30% 초과땐 과세
입력 2011-09-07 21:46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부의 과세 방안이 확정됐다. 현대자동차의 물류를 전담하고 있는 글로비스처럼 아들 회사가 아버지 회사에서 받은 일감으로 이익을 냈다면, 사실상 아버지에게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키로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전체 매출 중 특수관계법인(일감을 받은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자가 30% 이상 출자·지배하고 있는 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한 매출에 대해 과세키로 했다. 특수관계법인이 여러 곳일 때는 모두 합해 30%를 초과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증여세를 내야 하는 사람은 일감을 받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으로서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 한정했다. 대신 제3의 법인을 이용한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지분율 계산 시 간접출자비율도 포함토록 했다. 세금 부과는 내년 이후 거래 부분부터 적용키로 했다.
정부안대로 입법이 되면 상당수 대기업 대주주들이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수가 있는 38개 기업집단 가운데 66개 기업이 전체 매출액 중 57%가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에 따른 매출이었고, 총수 일가의 지분은 평균 44%에 달했다.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와 글로비스의 정몽구, 정의선 부자도 현재 지분과 매출 구조를 유지할 경우 수백억대 증여세를 부과받게 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정 회장 부자는 글로비스 외에도 현대엠코와 이노션 등 계열사가 많다”면서 “정몽구 회장은 총 238억원, 정의선 부회장은 191억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재계가 정부의 과세 방침 자체에 반발하고 있는 데다 반대로 정부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어 국회 통과 과정에서 변수는 여전히 크다. 대한상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대기업 물량 몰아주기 부작용 해결은 조세 차원이 아니라 정거래법, 상법 등 기존의 다양한 규제 수단을 활용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특수관계기업 간 정상 거래까지 증여세를 매기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특수관계법인 간 거래비율에서 일괄적으로 30%를 공제하는 것은 편법을 조장할 수 있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비중을 30% 이하로 낮추면 증여세 부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 이 의원은 이미 별도의 과세방안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