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인카드 마구 쓴 공공기관 직원들
입력 2011-09-07 17:49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진흥원) 직원이 법인카드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겨 시장을 보게 하거나 개인적으로 유용하고는 우수제품 업무협의비로 사용한 것처럼 처리했다가 견책 처분을 받았다. 다른 진흥원 직원 14명은 지난해 8∼12월 충북 오송으로 청사 이전을 앞두고 주말과 공휴일에 이곳에 출장 갔다고 거짓 신고하고 출장비와 시간외 근무수당을 챙겼다. 국민들의 혈세를 챙긴 파렴치범에 다름 아니다.
실제 함께 사는 직원에게 주는 가족수당도 이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진흥원은 가족수당 850만원을 엉터리로 처리했고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직원 9명에게 가족수당 1006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이 7일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를 토대로 밝힌 내용이다.
공직자들의 예산 착복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복지부 산하 공직자들의 행태는 정도가 지나치다. 거짓 출장에다 법인카드를 친정에 아예 맡기는 것은 견책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인력개발원의 한 직원은 이미 숨진 아버지의 가족수당까지 챙겼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예산 빼먹기에 혈안이 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이 산하 기관의 업무보고를 이유로 이들에게 술값까지 계산하도록 했다가 총리실에 적발된 것이 엊그제다. 그런데도 자고 일어나면 공직 비리로 시끄럽기 짝이 없다. 공직자들이 깊은 도덕 불감증에 걸렸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부처 공직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서민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난과 자녀들의 대학등록금 마련에 등이 휠 지경이다. 게다가 청년실업 100만 시대로 표현되는 취업난에 젊은이들은 꿈을 펼 기회도 잡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예산 떼먹을 궁리나 하니 철밥통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철저한 감사와 감찰로 예산을 착복하는 공직자들이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