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교회-강원 홍천 동면교회] 교회당 안팎, 미술관이 따로없네

입력 2011-09-07 19:29


동면교회에 가면 특이한 조각품들을 볼 수 있다. 일단 교회당 안팎에 쇠로 만든 몇 개의 작품이 있다. 대개 사람의 움직임을 담은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건 맛보기 수준이다. 교회당 안 양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8개의 작품이 예사롭지 않다.

모두가 정혜례나 사모의 작품이다. 아마추어의 작품이라고 허투루 봐서는 안 된다. 정 사모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나온 실력 있는 작가다. 지난해 감신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결혼 전 구로감리교회에 출석하던 중 교육전도사로 온 박순웅 목사를 만나 유학길을 접고 사모가 됐다.

교회당 전면의 십자가와 작품 8점은 성경 구절의 뜻을 담아 만들어졌다. 철판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레이저로 오려내 그 틈으로 빛이 들어와 독특한 분위기의 형상을 연출하는 부조다. 예수님의 탄생을 나타낸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로다”(눅 2:14)에서부터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눅 3:22),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로 이어진다. 또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사 53:5),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마 14:29),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등으로 계속된다.

정 사모의 특이한 이름을 영어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惠禮那’로 한국식 이름이다. 험난한 사모의 길, 그것도 농촌교회를 지키는 목회자를 내조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나 후회가 있을 법했지만 정 사모는 “처음에는 좀 그랬지만 지금은 해피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자신을 ‘철든 여자’라는 조크도 했다. 철을 들고 조각하니 그렇지 않느냐는 것.

홍천=글 정수익 선임기자·사진 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