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다선의원일수록 늘어나는 유지비… 내역 들여다보니
입력 2011-09-07 18:54
정치활동을 하다 보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있는데 이것이 유지비다. 지역구에 사무실을 빌려 운영하고 기본적인 사무 장비를 갖추는 비용, 지역구와 의원회관 사무실의 통신료와 비품 구매 등이 이에 포함된다. 상당수 초선 국회의원에게 유지비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정치 경력이 쌓이고 ‘더 큰 정치’를 하려면 유지비는 더 필요하다. 당 대표에 출마하거나 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등에 출마하려면 별도 사무실을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과 임대료는 물론 각종 비품 비용까지 추가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안상수 전 대표는 여의도에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니 유지비가 늘어났다. 안 전 대표는 경선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정치자금으로 2000만원 가까운 금액을 지출했다. 의왕과 과천에 각각 지역 사무실을 운영한 것도 유지비 증가에 일조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전후해 여의도에 ‘국가중심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별도 사무실을 열었다. 보증금 1000만원에 관리비, 임대료가 별도로 지출됐다.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각 당의 경선에 나섰던 의원들도 유지비를 많이 쓴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던 김충환 의원이나 민주당의 광주시장 경선에 출마했던 이용섭 의원 등이 이에 해당된다.
김 의원은 경선 준비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매월 수백만원을 임대료와 관리비로 지출했고, 이 의원은 경선을 위한 사무소 임대료와 각종 장비 대여료 등으로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썼다.
숙소 비용도 유지비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의원 사정에 따라 서울이나 지역구에 숙소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유지비 지출 1위 의원인 이용섭 의원은 당내 경선용 사무실을 낸 데다 지역구 숙소를 별도로 빌려 지출이 늘어난 경우다. 지역구 사무소 인테리어 비용(1700여만원)까지 추가돼 비용이 증가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지역구 사무실 임대료로만 매월 80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하지만 가장 재산이 많은 의원답게 임대료는 후원금을 쓰지 않고 개인 돈을 차입한 자산 계좌로 지출했다.
유지비엔 500원어치 우표를 구입하거나 방향제·악취제거제를 구입한 비용, 수도꼭지나 빗자루를 구매한 내역도 포함돼 있다. 또 화분용 영양제를 구입하거나 분갈이 비용을 지출한 것도 유지비로 분류됐다.
탐사기획팀(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danchung@kmib.co.kr)